Tuesday, August 20, 2013

태빈- 내가 눈을 감는 이유



YG=실력파. 나도 이 이상한 등식은 옛날부터 부정해왔지만 요즘 인터넷 게시판들 곳곳에서 YG의 "언플"에 대한 반감을 보고 있자면 뭔가 변했다 싶다. 이건 비교적 사소한 경우지만, 아무튼 여러 모로 한국은- 적어도 인터넷으로 보이는 그곳은- 꽤나 달라졌다.

그런데 뭐 YG가 자기 입으로 우리 애들은 언제나 실력이 쩐다고 한 적은 없지 않나. 붕어 논쟁 있을 때 그 쪽 팬덤이 자기들 라이브 하는 것과, 랩 (잘)하는 거, 그리고 음악 직접 만드는 걸 강조하면서 스스로를 부각시키고, YG 역시 소속사 음악인들의 '예술가'  적인 풍모에 초점을 맞추어 오버했는데 이게 빅마마/거미 같은 애들이랑 겹치면서 좀 섞여버린 감이 있다.

아무튼 "실력파"라는 모호한 수식어가 YG 엔터의 가수들을 따라다니게 된 계기에는 원타임이 포함되어 있을텐데, 나는 원타임의 멤버들 중에서 태빈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이유는 간단히, 보컬-랩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랩 잘하는 사람과 노래 잘하는 사람 중에서는 후자를 항상 더 선호했기 때문에.

태빈 1집은 자켓을 뒤덮은 그 구릿빛 이두박근을 제외하면 딱히 인상적인 데가 없었지만,  그 무난함 때문에라도 시간이 지난 뒤 한번씩 꺼내 듣게 되는 앨범이었다. 특히 태빈의 목소리가 상당히 괜찮다. 아마 원타임의 [Without You]를 좋아했다면 이 앨범도 제법 만족스러워하지 않을지. 하지만 제대로 된 RnB를 당신이 기대한다면, 글쎄- 이 앨범이 나온 2004년도만 해도 YG는 아직 페리 시대의 때를 벗지 못한 상태였다. 뭘 만들고 싶어하는지는 보이는데, 그 재료들이 너무 조악해서 어설프게만 느껴지는 상황. [Get Ready]의 뻣뻣하고 단조로운 피아노 루프에 웃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이 앨범을 듣고도 웃을 것이다. 용감한 형제의 합류는 YG의 메인 프로듀서로 거듭난 테디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그 결과는 세븐 3집과 다시 몇년 뒤, 태양의 솔로 앨범들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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