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를 좋아하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나와 같이 있을 때도 이 노래를 듣고 싶어했고, 그게 내심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는 늘 그런 식이었지만.
인간의 운명이란 것이 한 장의 양피지에 적혀있다면, 그의 운명 속에 내 이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후에도 나는 한참이나 그 곁에 있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우리가 서로 헤어지게 된 후에야 나는 다른 일에 좀더 몰두할 수 있었다.... 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5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그런 가정의 기복에 나는 내 자신을 소진하곤 했다.
우리는 가끔 연락을 한다. 잘 지내? 뭐하고 지내? 같은 사소한 안부를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더이상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 너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굉장히 짧게 끝나곤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함께 있을 때도 우리는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 다만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 그리고 그때 너는 이 노래를 틀었지.
참으로 이상한 관계였다.
나 혼자서 코난 컴플렉스라 이름 붙인, 어떤 심리가 있다.
지켜주고 싶고, 위해주고 싶다는 마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은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코난이 라나를 구해주듯이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코난을 처음 구상할 때 자신의 허약하고 수줍기만 했던 유년에 대한 보상이 되길 바랐다고 하니- 코난의 모습은 찌질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그러나 항상 갈구하게 되는 어떤 이상형인 듯 하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곧 나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자각에 시달려야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했던 이들의 대부분은 좋은 사람과 사귀었고, 그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좋아하던 이들의 부족한 점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런 것이 하나쯤은 보이게 마련이다- 채워줄 수 있거나, 취향에 있어 딱 들어맞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어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그만큼 절박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을 애초에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별로 아프지도 않고, 무감각하게,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말 그대로 만나기만 하고- 자학하고, 떠나보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정말 중독되어있던 것은 그 과정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자학의 쾌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기애를 부정하고, 짓밟고, 다시 세우는 그 악순환에서 느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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