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31, 2013

이승열- Secret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이승열만큼 노래 잘 부르는 보컬 많지 않다.

U2/보노 아류라고 까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리고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노래는 보노보다 이승열이 더 잘 부름... 보노 옛날에 다른 멤버들은 다 악기 연주할 줄 아는데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냥 노래 불렀다고 들었는데, 맞나?

Sinead O'Connor- Nothing Compares 2 U


시니어드 오코너가 좋은 싱어송 라이터이고, 그녀의 앨범에는 이 밖에도 좋은 곡이 많다는 사실을 항상 내 자신에게 상기시켜보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만을 한없이 반복해서 보고, 듣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쓸데없이 디테일한 가사 ("너와 헤어진지 7시간 하고도 15일.." "이젠 좋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어") 와 레스토라아아앙- 하면서 비음으로 끝맺음 하는 창법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네, 프린스의 곡입니다. 심지어 to 대신 2를, You 대신 U를 고집하는 표기도 무척이나 프린스 스러운...

하지만 저 서늘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존재는 온전히 시니어드 오코너, 그 자신. 90년대를 휩쓸었던 "디바"들에게 가리긴 했지만, 정말 노래를 잘하는 보컬이었다. 완급이나 톤 조절이 능수능란했고, 곡 해석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Friday, August 30, 2013

Solomon Burke- Got to Get You off My Mind


I play "Got to Get You off My Mind" by Solomon Burke, and everyone has a go, just out of duty, even though only the best dancers would be able to make something of it, and nobody in the room could claim to be among the best dancers, or even the most average. When Laura hears the opening bars she spins around and grins and makes several thumbs-up sings, and I start to compile in my head a compilation tape for her, something that's full of stuff she's heard of, and full of stuff she'd play. Tonight, for the first time ever, I can sort of see how it's done. -Nick Hornby, High Fidelity.



Marvin Gaye- Let's Get It On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오히려 놀라움이 더해갈 뿐인 노래.


그리고 영화 안팎을 모두 놀라게 했던 Jack Black의 [Let's Get It On]..  진짜 "뜬금없이" 잘 부름,

Thursday, August 29, 2013

Shai- If I Ever Fall In Love (Accapella)

If I Ever Fall
In Love Again
I'll be sure that the lady is a friend
If I Ever Fall
In Love Again
I'll be sure that the lady's just like you

이런 유희도 그만 둬야할지 모르겠다..

Tuesday, August 27, 2013

존 박- 내 사랑 내 곁에


진지하게, 얘 왜 이리 잘 부름...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면 안되지 어쩌고 하면서 훈수 둘 레벨을 넘어섰음...

Monday, August 26, 2013

Miley Cyrus- Jolene


Jolene의 가사는- 그닥 길지 않은 내 삶에서 들은 것 중 가장 비참하고 굴욕적인 사랑 노래였다.

Jolene, Jolene, Jolene, Jolene 
I'm begging of you please don't take my man 
Jolene, Jolene, Jolene, Jolene 
Please don't take him just because you can 
Your beauty is beyond compare 
With flaming locks of auburn hair 
With ivory skin and eyes of emerald green 
Your smile is like a breath of spring 
Your voice is soft like summer rain 
And I cannot compete with you, Jolene 

부디 나의 연인을 데려가지 마세요
부디 나의 연인을 앗아가지 마세요
오로지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나와 비교도 할 수 없이 아름다워요
불타는 듯한 적갈색 머리칼과
상앗빛의 살갗과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
당신의 미소는 봄이 숨쉬는 듯 하고
당신의 목소리는 여름 비처럼 부드럽지요
그리고 나는 당신을 이길 수가 없어요 Jolene..

He talks about you in his sleep 
There's nothing I can do to keep 
From crying when he calls your name, Jolene 

그는 자면서 당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요
그가 당신 이름을 부를 때
나는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요, Jolene..

And I can easily understand 
How you could easily take my man 
But you don't know what he means to me, Jolene 

이해해요.
어떻게 당신이 그의 마음을 그리도 쉽게 사로잡았는지
그러나 당신은 그가 내게 어떤 사람인지 몰라요, Jolene.
 
You could have your choice of men 
But I could never love again 
Hes the only one for me, Jolene 

당신은 남자를 골라 가질 수 있지요
그러나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없을 거예요
그는 내게 주어진 오로지 한 남자랍니다, Jolene.

I had to have this talk with you 
My happiness depends on you 
And whatever you decide to do, Jolene 

나는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해요
나의 행복은 당신과, 당신이 결정내릴 일에 달려있으니까요, Jolene..

마일리 사이러스의 영광의 시절은 언제인가요? 당연히 [Hannah Montana]를 찍던 시절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적도 있었네. 컨츄리 싱어의 딸로 태어나서, [Hannah Montana]에서 맡은 배역도 컨츄리 팝 스타였으니- 본인은 계속 다른 이미지로 탈바꿈을 하려 안간힘을 쓰는 듯 하지만 사실 그녀의 "루츠와 오리지널" 은 거기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 영상 속 마일리 사이러스는 내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모습보다 매력적이고, 재능이 넘친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는 돌리 파튼의 [Jolene]. 내게는 예전에 누군가와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냈을 때 함께 갔던 가라오케가 떠오르는 노래다. 거기서 그 사람이 이 노래를 불렀거든. 그때 그 싸구려 가라오케가 딸린 바에서.. 나는 미묘한 설레임과 아쉬움에 안절부절 못했었지. 아무튼, 좋은 노래다. 그녀는 몇곡을 더 불렀지만, 이 노래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걸 보면.

Stevie Wonder- I Believe (When I Fall in Love It Will Be Forever)


영화 [High Fidelity]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 평생을 함께 하기로 다짐한 사람을 위해 믹스테입을 만들면서 존 쿠색은 이 노래를 듣는다. 하지만 [High Fidelity]의 매력은 단순히 두 연인이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관계를 잘 그려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인들 밑에 깔려있는 나르시즘과 몇가지 취향, 혹은  그것의 소비로 요약될 수 있으리만치 가벼워진 '존재'에 대해서도 이 영화는-그리고 닉 혼비의 원작은-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그래, 내가 어줍잖게 요약을 하느니, 그냥 그 장면을 보는 편이 나을 듯 하다.


Sunday, August 25, 2013

Van Morrison- Days Like This



For Esme, with love and Squalor.

Just recently, by air mail, I received an invitation to a wedding that will take place in England on April 18th. It happens to be a wedding I'd give a lot to be able to get to, and when the invitation first arrived, I thought it might just be possible for me to make the trip abroad, by plane, expenses be hanged. However, I've since discussed the matter rather extensively with my wife, a breathtakingly levelheaded girl, and we've decided against it- for one thing, I'd completely forgotten that my mother-in-law is looking forward to spending the last two weeks in April with us. I really don't get to see Mother Grencher terribly often, and she's not getting any younger.She's fifty-eight. (As she'd be the first to admit)

It was a long time before X could set the note aside, let alone life Esme's father's wristwatch out of the box. When he did finally lift it out, he saw that its crystal had been broken in transit. He wondered if the watch was otherwise undamaged, but he hadn't the courage to wind it and find out. He just sat with it in his hand for another long period. Then, suddenly, almost ecstatically, he felt sleepy.

You take a really sleepy man, Esme, and he always stands a chance of again becoming a man with all his fac-with all his f-a-c-u-l-t-i-e-s intact.

박화요비- Promise (feat.나얼)


말하지 못하는 그댈/ 난 사랑하고 있죠 

"토니 브랙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의 향취를 한국적으로 승화" 시키던 시절의 박화요비와 아직 브라운 아이즈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의 나얼이 함께 한 곡. 진짜 듣다 보면 야 나얼은 대체 왜 불렀나 싶고 그렇다.... 그런데 나얼이 항상 자신의 흥취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언밸런스야말로 프로듀서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결과가 괜찮았던 것은 분명하니까. 한국의 [Endless Love]라고 해도 좋을 곡이고, 더 많이 불려졌으면 하는 노래다.

Nirvana- All Apologies


Marry
Bury
Marry
Bury
Yeah Yeah Yeah Yeah

오랜 기다림 끝에 필립을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고,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바에 갔다. 그곳에서 다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샌프란시스코로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오는 길에, 취해서 계속 떠들었다. 최근에 본 영화-  나는 [Once Upon a Time in West]를 보았다-  와  음악에 대해서, 가족 안의 사소한 트리비아에 대해서... 그래서, 여행을 가게 될지, 그렇게 된다면-운전을 못하는- 나는 무엇을 하게 될지,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저 우리는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했고, 거기에서 암묵적인 확신을 느끼며 서로 헤어진 셈이다.  그것을 우리는 관계라고 부른다.

Saturday, August 24, 2013

김장훈-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나 어쩌면
그 사람과의 만남이
잘 되지 않기를 바랬는지도 몰라요
그대를
볼 때면 늘 안타까웠던 거죠
우리의 만남이
조금 늦었다는 것이

이제 모든 걸
말할 수 있어요
그 누구보다 그댈
사랑했음을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 몰라도-
내가 그대 곁에 있음을
기억해요.

아 좋다. 유영석 작곡. 첫 싱글이었던 [나와 같다면]부터 리메이크로 채워졌던 김장훈의 4집에 (아마도) 유일한 신곡으로 수록되어있다. 김장훈의 노래가 자주 그렇듯, 후렴구에서 목을 가득 빼고 불러제끼는 '절창'이 유독 매력적이다. '이-제-모오든-걸- 말할 수 있-어-요'

[Reality Bites]


이쁜 여주인공이 나오는 새콤 달콤한 영화를 보고 싶다.  한국에는 [청춘 스케치]라고도 알려진, [Reality Bites]같은 것들. 에단 호크는 요즘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네. 아 사랑스러운 위노나 라이더. 이 영화에서의 모습이 가장 예뻤던 것 같다.


Wednesday, August 21, 2013

Al Green- Tired of Being Alone


이 노래를 좋아하던 누군가가 생각난다. 나와 같이 있을 때도 이 노래를 듣고 싶어했고, 그게 내심 얼마나 서운했던지. 그는 늘 그런 식이었지만.

인간의 운명이란 것이 한 장의 양피지에 적혀있다면, 그의 운명 속에 내 이름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후에도 나는 한참이나 그 곁에 있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우리가 서로 헤어지게 된 후에야 나는 다른 일에 좀더 몰두할 수 있었다.... 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5년, 혹은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그런 가정의 기복에 나는 내 자신을 소진하곤 했다.

우리는 가끔 연락을 한다. 잘 지내? 뭐하고 지내? 같은 사소한 안부를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더이상 들려줄 이야기가 없다. 너 역시 마찬가지고,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굉장히 짧게 끝나곤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함께 있을 때도 우리는 그다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 다만 우리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을 뿐. 그리고 그때 너는 이 노래를 틀었지.

참으로 이상한 관계였다.

나 혼자서 코난 컴플렉스라 이름 붙인, 어떤 심리가 있다.

지켜주고 싶고, 위해주고 싶다는 마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은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코난이 라나를 구해주듯이 말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도 코난을 처음 구상할 때 자신의 허약하고 수줍기만 했던 유년에 대한 보상이 되길 바랐다고 하니- 코난의 모습은 찌질이들에게는 닿을 수 없는, 그러나 항상 갈구하게 되는 어떤 이상형인 듯 하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곧 나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자각에 시달려야 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했던 이들의 대부분은 좋은 사람과 사귀었고, 그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좋아하던 이들의 부족한 점을-  아무리 좋아해도 그런 것이 하나쯤은 보이게 마련이다- 채워줄 수 있거나, 취향에 있어 딱 들어맞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항상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어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좀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애초에 그만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그만큼 절박하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을 애초에 그렇게까지 좋아했던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별로 아프지도 않고, 무감각하게,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말 그대로 만나기만 하고- 자학하고, 떠나보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내가 정말 중독되어있던 것은 그 과정에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자학의 쾌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기애를 부정하고, 짓밟고, 다시 세우는 그 악순환에서 느껴지는...

Tuesday, August 20, 2013

태빈- 내가 눈을 감는 이유



YG=실력파. 나도 이 이상한 등식은 옛날부터 부정해왔지만 요즘 인터넷 게시판들 곳곳에서 YG의 "언플"에 대한 반감을 보고 있자면 뭔가 변했다 싶다. 이건 비교적 사소한 경우지만, 아무튼 여러 모로 한국은- 적어도 인터넷으로 보이는 그곳은- 꽤나 달라졌다.

그런데 뭐 YG가 자기 입으로 우리 애들은 언제나 실력이 쩐다고 한 적은 없지 않나. 붕어 논쟁 있을 때 그 쪽 팬덤이 자기들 라이브 하는 것과, 랩 (잘)하는 거, 그리고 음악 직접 만드는 걸 강조하면서 스스로를 부각시키고, YG 역시 소속사 음악인들의 '예술가'  적인 풍모에 초점을 맞추어 오버했는데 이게 빅마마/거미 같은 애들이랑 겹치면서 좀 섞여버린 감이 있다.

아무튼 "실력파"라는 모호한 수식어가 YG 엔터의 가수들을 따라다니게 된 계기에는 원타임이 포함되어 있을텐데, 나는 원타임의 멤버들 중에서 태빈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이유는 간단히, 보컬-랩의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랩 잘하는 사람과 노래 잘하는 사람 중에서는 후자를 항상 더 선호했기 때문에.

태빈 1집은 자켓을 뒤덮은 그 구릿빛 이두박근을 제외하면 딱히 인상적인 데가 없었지만,  그 무난함 때문에라도 시간이 지난 뒤 한번씩 꺼내 듣게 되는 앨범이었다. 특히 태빈의 목소리가 상당히 괜찮다. 아마 원타임의 [Without You]를 좋아했다면 이 앨범도 제법 만족스러워하지 않을지. 하지만 제대로 된 RnB를 당신이 기대한다면, 글쎄- 이 앨범이 나온 2004년도만 해도 YG는 아직 페리 시대의 때를 벗지 못한 상태였다. 뭘 만들고 싶어하는지는 보이는데, 그 재료들이 너무 조악해서 어설프게만 느껴지는 상황. [Get Ready]의 뻣뻣하고 단조로운 피아노 루프에 웃어본 적이 있다면 아마 이 앨범을 듣고도 웃을 것이다. 용감한 형제의 합류는 YG의 메인 프로듀서로 거듭난 테디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고, 그 결과는 세븐 3집과 다시 몇년 뒤, 태양의 솔로 앨범들로 드러난다.

롤러코스터- 습관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너를 내게서 깨끗이
지-우-는 날
습관이란 게 무서운 거더군

아직도 너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사랑해-
오늘도, 얘기해

믿을 수 없겠지만

안녕 이제 그만
너를 보내야지
그건 너무 어려운 얘기

*이렇게 귀엽고, 단촐하고, 그루브할 수가 있나.

장필순- 그대로 있어주면 돼.


어차피 나는 다시 후회하고, 다시 뒤를 돌아볼 테니까. 다만 그 와중에도 지금의 나에게 이유를 주는 무엇인가를 하나 갖고 싶다.

갖지 못할 바에야는, 이를 갈면서, 사무치게 살고 싶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순간 순간에서 위안을 얻으려 애쓰는 류의 인간이니까. 먼 훗날 내가 약을 먹거나, 머리에 총을 쏘지 않는 이상- 나의 삶은 이런 식의 무의미한 진동으로 계속될 듯.

Monday, August 19, 2013

조성모- 상처


오늘은 아침부터 이 노래가 왜 이리도 입 속에 맴도는 지.

"잔인하게/ 좀더 냉정하게" ^^

Sunday, August 18, 2013

[Sunset Boulevard]


한때 어리석게 느꼈고, 함께 비웃었던 그런 일들을 내가 하고 있다. 스스로를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존재로 상정하는 오만이 나를 어리석게 만든다. 사실 누구의 관심이나 이해가 특별히 필요할만큼 내가 남다르거나 훌륭한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그냥 살면 된다. 그냥 살아야 한다.

간단한 관심과 칭찬의 말이 내 오만을 더욱 부풀렸다고, 그래서 그것들에 유독 고팠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을 다른 사람에게서 듣지 않으면 못견디는 존재니까, 나는, 혹은 나의 오만은, 사슬에 매인 작은 짐승처럼. 개 같다.

작은 일들을 부풀리고, 큰 일들은 애써 외면하는 삶의 연속. 삶이 차라리 이야기를 위해, 혹은 그것을 읽어줄 '독자'를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차라리 종교인들처럼 목적을 믿는다면, 이토록 내 자신이 어리석게도 느껴지지 않으련만,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어 지금 서술하는 이 책이 한번의 손때를 타게 될지조차 확신할 수 없음을 나는 안다.

[Sunset Boulevard]를 떠올린다. 노마 데스몬드가 한 물 간 배우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comeback' (그 말을 싫어한다는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을 위한 시나리오를 쓴다는 사실은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우리들과, 카메라, 어둠 속의 사람들 밖에 존재하지 않노라, 반쯤 미쳐버린 그녀는 넋두리처럼 지껄이면서 카메라에, 혹은 '우리들'에게, 혹은 영화를 보고 있는 어둠 속의 사람들에게 한발짝 씩 다가서지. 그녀의 모습이 먼지를 흩뿌린 듯 뿌연 카메라 렌즈- 실제로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올드한 효과를 내기 위해 렌즈에 먼지를 뿌리기도 했다-에 다가설 때 그 모습은 마치 유령과도 같았다. [Sunset Boulevard]는 일차적으로, 영화, 그리고 '이야기' 에 대한 영화-나는 이 영화가 [American Beauty]에서처럼 죽은 자의 1인칭 내레이션으로 전개되는 의미에 대해 고민 중이다-일테지만, 누군가는 그 영화에서 삶을 볼지도 모르겠다. 특히나 당신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쓰고 있는 중이라면.

어쩌면 나는 영화를 너무 많이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세계 명작, 소설들은 우리에게 다만 삶을 살아가는 방식 대신 그것을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불행과 슬픔을 과장해서 표현하는 법들만 본성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쳐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요즘 다시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는다. 불쑥 불쑥, 상상에 잠길 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오를 때마다, 간절히 무엇을 바라게 될 때마다, 애써 그런 일들을 하려 애쓴다. 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갈구한다.

Saturday, August 17, 2013

Friday, August 16, 2013

이오공감-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
웃으며 다가온 그댄
정말 내게
필요한가요

그대를 알 수가 없어요
그대를 느낄 수 없어요

이런 내게 미움만 쌓여가나봐-


1. 오태호의 멜로디보다는 가사를 더욱 좋아한다. 적어도 내가 당장 기억할 수 있는 오태호의 노랫 말들은 모두 그가 작곡한 멜로디 위에 입혀졌으므로, 둘을 정말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 오태호의 가사는 항상 '안될 것' 이라는 정서로 시작한다. 한국 가요에는 쓸데없는 고민들이 많거나, (찌질한)'상상 연애'가 지나치게 많이 묘사된다는 누군가의 지적에서 오태호도 아마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  오히려 그 주범이라면 주범이겠지. 오태호의 가사 속에서 이미 사랑은 끝났거나, 파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자에는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나 [I Miss You]가 있을 것이고, 후자로는 [사랑이 그리운 날들에]와 [화려하지 않은 고백] 같은 예가 있을 것이다. [화려하지 않은 고백]은 고백 송이라는 가사가 "언젠가 그대에게 준 눈부신 꽃다발/ 그 빛과 향기도 머지않아 슬프게 시들고" 이런 소리를 늘어놓고 있다. 

3. 그러나 동시에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오태호의 가사가 파국을 이미 알고 있는 시점에서 쓰여졌음에도 그런 것은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혹은 견뎌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시절을 항상 언급한다는 점이다. 가령 [화려하지 않은 고백]의 노랫말은 그 자체가 사랑의 힘을 믿었던 시절의 한 조각이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의 첫 구절은 어떤지? "힘겹게 보낸 하루에 / 짧은 입맞춤을 해주던 사랑" 그 뒤에 이어지는 "언젠가 서로가 더 먼 곳을 보며/ 결국에 헤어질 것을 알았지만" 이라는 구절조차 화자가 현재 느끼는 '어려움' 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랑의 힘을 믿었다는 좋은 반증처럼 느껴질 뿐이다.  

4.  이러한 대조는 단순히 지금 느끼는 고독을  부각시키는 효과만 갖는 것이 아니다. (모든 오태호의 노랫 말 속 화자들이 그렇다 보기는 어렵겠으나, 사실 몇몇은 상당한 나르시스트라 생각하며 때문에 사랑을 떠나보낸다는 사실이 굳이 그들을 고독하게 만든다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시간/감정의 대비가 4분여의 짧은 노랫말 속에 섞이면서 일어나는 효과이다. 언어에 의해 분리된 시간은 다시 그 언어가 배열되면서 뒤섞이게 되고, 노래를 듣는 이는 그 헤쳐모여의 혼란스러운 순간을 '바깥'에서 지켜본다. 

5. '바깥'을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나는 모르겠다. 조인성이 공을 받기 좋아하는 지점....?  아무튼 노래를 듣는 이들은 하나 같이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셈이다. 그리고 혹자는 그곳에서 자신을 본다. 사실 나는 밖에서 안을 보고 있자면 안에서 다시 그 안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보이는.. 소위 '프랙탈' 모양의 구도가 느껴져야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느낌을 나는 공명이라는 순진한 단어로 표현하곤 했는데, 사실 그보다 더 나은 단어나 풀이가 있을 것이다. 


Tuesday, August 13, 2013

Antony and the Johnsons- Fistful of Love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착각하기 쉬우며, 가벼운 호의에도 두근거리기 일쑤란 말인가.

마음으로 간음하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서부터 죄가 되는가. 누구에게 죄를 짓는 것인가. 나의 죄목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간음으로 불리우는가.

Wham!- Freedom


Wham!은 1985년 서구권 팝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데, 이 당시의 영상은 편집되어 몇달 째 뮤직비디오 없이 인기몰이를 하던 싱글, [Freedom]에 쓰인다. 당시 중국- 혹은 중화인민 공화국- 에 대한 서양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

90년에 조지 마이클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발표하는 [Freedom! 90]과는 전혀 다른 곡이니 주의하자.... 이렇게 쓰니 무슨 초등학생 용 과학 백과에 나오는 말투 같네...

여담이지만, Wham!의 노래들 중 가장 달콤한 멜로디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살짝 쉰 목소리로 부르는 마지막 소절의 매력은 덤.

Everyday I hear a different story
People say you are no good for me
"Saw your lover with another
and she is making a fool of you"
If you loved me baby, you'd deny it, 
but you laugh and tell me I should try it 
tell me I'm a baby and I don't understand

But you know I'll forgive you 
For once, twice, forever
Cuz baby, you could take me to heaven and back
Just as long as we are together
And you do..

I don't want your freedom
I don't want to play around
I don't want nobody's baby
Part-time love just brings me down.
I don't need your freedom
Girl all I want right now is you. 
                                                                                         
                                                                          

George Michael- Father Figure (MTV Unplugged)


1996년 공연에서.

Monday, August 12, 2013

"Frankly, my dear"



원문으로 읽었던 [Gone with the Wind]는 내게 있어 실망에 가까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소설을-번역판으로- 좋아한다. 너무나 대놓고 펼쳐놓는 인종차별과 노예제에 대한 정당화 때문에 웃음도 많이 나오고 말이지. 나는 인간의 존엄이니 물질에서 벗어난 삶이니 하는 말들이 얼마나 지독한 목적을 위해 쓰일 수 있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실제로 남부 연합은 자신들의 삶을 그리스-로마의 문명에 비교하곤 했는데, 노예 없이, 혹은 그 노예가 만들어내는 잉여 생산물 없이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는 그들의 주장은 이 소설에 알량한 문학성을 부여하는 기반이 되고있다.

그래도 이 소설을 좋아한다. 읽다 보면 영화 [As Good As It Gets]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로맨스 소설 작가인 잭 니콜슨에게 한 여성이 달려들어 묻는다. "당신의 소설은 너무나 여성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는데 대체 그런 통찰력은 어디서 얻는 것인가요?" 니콜슨은 애써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한다. "나는 먼저 남자를 생각하고, 거기서 이성(reason)을 뺍니다. 그러면 여성이 되지요".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는 여자를 바라보며,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는 잭 니콜슨. 여성 작가였던 마거릿 미첼은 이 소설을 어떻게 썼을까. 여성을 생각하고, 거기에 허영심 같은 것을 집어넣었나? 지역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심한 척 '신들의 황혼'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 수 있는 그런 허영심? 혹은 좋아하면서도, 너는 내가 자주 다니는 술집의 여자만도 못하다며 조롱하고 모욕하는 그런 허영심?


이게 위에서 언급한 그 장면일텐데, 묘사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Phil Collins- Against All Odds


뮤직비디오에서 언뜻 언뜻 보이는 것으로도 알 수 있지만, 동명의 영화인 [Against All Odds]에서는 여주인공인 레이첼 와드 (Rachel  Ward)가 참 예쁘게 나옵니다. 정말로.

아래는 영화 포스터/커버로도 잘 알려진 스틸 컷. 배경은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 고대 마야의 유적, 치첸 잇차예요.


[Shanghai Noon] (2000)


- 온갖 단상들.

*초반에 오만 사건들이 굉장히 빠른 페이스로 펼쳐진다. 사실 성룡과 오웬 윌슨이 만난 다음에야 비로소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숨을 가다듬고 '플롯'을 전개할 뿐이다. 그래서 당신은 등장인물에 대해 굉장히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영화를 보게 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그닥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그런 영화다.

** 가령 이렇다: 성룡이 '공주'에 대해 가지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는 사실 모호하게 표현된다. 공주가 떨어뜨리고 간 [개구리 왕자] 를 소중히 읽는 것으로 보아 연모의 마음을 품는 것 같긴 한데, 그것은 다시 왕가에 대한 충성과 'Imperial Guard'라는 자부심에 섞여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 애초에 성룡은 왜 공주를 좋아했다는 말인가? 라고 물으라치면, 영화가 씩 웃으며 대답한다. "안알랴줌"

한편 공주가 성룡에 대해 갖는 감정은 그 반의 반 만큼도 표현되지도 않는다. 처음에는 사람 취급도 하질 않고, 나중에 독대했을 때는 'it's very kind of you'라는 말로 감사를 표시하는 정도.

그런데 둘이 맺어진다. 스토리는 운명처럼 주어져있으며,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꾸역 꾸역-  정말 말 그대로 꾸역 꾸역- 따라간다. 설득력이 부족하다면 '뭐 이쪽 영화가 다 그렇지' 하고 웃어 넘겨버리면 되니까.

(그래서 스포일러를 해도 별 감정이 없다.)

*** 때문에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이쪽 영화'  에 대해 사전 지식을 갖고 보는 편이 낫다. 가령 존 웨인(John Wayne)이라는 이름이나 그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모른다면 성룡의 영화 속 이름인 Chong Wang (총 웽..이라 읽는다) 이 왜 유머의 소재가 되는지 조차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부족한 플롯은 서부극이나 무술 영화 등등에서 끌어온 클리쉐로 땜질한다. 인디언 여인이 계속 등장해서 주인공들을 구해주는데, 그녀가 대체 어디에 있었으며/ 뭘 하며/  무슨 동기를 가지고 있는지 영화는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그냥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구해주는 '턱시도 가면' 같은 존재인데, 클리쉐니까,  그리고 솔직히 우리가  이 영화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으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다.

**** 사실 그래서 x같은 부분이 발생한다. 클리쉐를 적극 활용한다는 것은 만드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stereotype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손대지 않는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 중, 고정 관념에 반하는 이들은 대개 미국 역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등장한다. 가령 중국인 노예를 부리는 악덕 광산주는 중국 황실에 원한을 품은 중국인으로 등장한다. 거듭 등장하는 China man이라는 말이  실제로 서부에서 만연했던 인종 차별을 언뜻 암시하지만 유쾌하고 잘 웃고 착한 오웬 윌슨 앞에선 모든 게 농담같다. 여기에 목숨도 한번 살려주면 오웬 윌슨의 진심은 이해가 되고 갈등은 눈 녹듯 해결.

게다가 오웬 윌슨에게 '친구가 되자' 고 구걸하듯 말하는 것은- 혹은 '친구가 되지 않았다' 는 사실에 삐져버리는 것은- 중국인인 성룡 아닌가. "놀자고 하면 놀아주면 되지" 라는 미국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먼저 우정을 구걸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겠지. 그건 uncool할 뿐더러,  '그림'도 별로니까.

*****아버지와 딸에 대한 관계에 대해 이 영화는 한편 재미있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도 '유색인종의 가족' 에 한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지만. (인디언/ 중국인) 가령 공주는 정략 결혼을 피해 미국으로 도망가고, 인디언 여인 역시 부족이 맺어준 정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을 감독은 단순히 미국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Anastasia- Once Upon a December


* 나는 [아나스타샤](1997)가 이른바 '공주' 애니메이션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그로테스크한 지점에 놓여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노래들-특히 이 노래와 Aaliyah가 부른 [Journey to the Past]-은 너무나 판에 박힌 듯이 좋다. 엔간한 디즈니 스코어들과 비교해봐도 그닥 위화감이 들지 않을만큼.

Saturday, August 10, 2013

George Michael- Father Figure


*80년대 가장 섹시한 팝 싱글 하나를 꼽으라면 이 노래를 들고 싶다. [If I was Your Girlfriend] 같은 몇몇 곡들이 마음에 걸리지만.

That's all I wanted
Something special, something sacred
In your eyes
For just one moment
To be bold and naked
At your side
Sometimes I think that you'll never
Understand me
Maybe this time is forever
Say it can be

That's all you wanted
Something special, someone sacret
In your life
Just for one moment
To be warm and naked
At my side

Sometimes I think that you'll never
Understand me
But something tells me together
We'd be happy

(Baby)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Oh baby)
Put your tiny hand in mine
(I'd love to)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Be your daddy)
Anything you have in mind
(It would make me)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Very happy)
I have had enough of crime
(Please let me)
I will be the one who loves you
Until the end of time

That's all I wanted
But sometimes love can be mistaken
For a crime
That's all I wanted
Just to see my baby's
Blue eyed shine
This time I think that my lover
Understands me
If we have faith in each other
Then we can be
Strong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Put your tiny hand in mine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Anything you have in mind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I have had enough of crime
I will be the one who loves you
Until the end of time

If you are the desert
I'll be the sea
If you ever hunger
Hunger for me
Whatever you ask for
That's what I'll be

So when you remember the ones who have lied
Who said that they cared
But then laughed as you cried
Beautiful Darling
Don't think of me

Because all I ever wanted
It's in your eyes baby, baby
And love can't lie, no...
(Greet me with the eyes of a child)
My love is always tell me to...
(Heaven is a kiss and a smile)
Just hold on, hold on
I won't let you go, my baby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Put your tiny hand in mine
I will be your preacher teacher
Anything you have in mind
I will be your father figure
I have had enough of crime
(So I am gonna love you)
Until the end of time
I will be your father
I will be your preacher
I will be your daddy
I will be the one who loves you until the end of time


** 슈퍼스타 K에서 크리스가 George Michael의 [Faith]를 불렀을 때 나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크리스가 슈스케 팝송 미션에서 Faith를 불렀다는 말을 들었을 때 왜 그의 무대에 대한 평가가 그닥 좋지 않았는지 살짝 감이 잡혔다. 그리고 반가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니까. 하지만 무지하게 어려운 노래고, 특히나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면, 조지 마이클이라는 대가수를 반드시 넘어야 된다는 부담이 생긴다. 그리고 크리스의 무대는 그러한 부담에 살짝 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조지 마이클. Faith의 도입부를 알리는 오르간 소리, 그리고 그 진지함을 비웃듯이 잇달아 튀어나오는 기타 연주는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그리고 줄곧 속삭이다 이따금씩 신경질적으로 솟아오르는 조지 마이클의 보컬은 또 어땠는가. 하지만 그 무엇보다 조지 마이클이 그 매력적인 보컬로 지껄여대는 가사는 건방지면서도 앳된 불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듣는 사람의 성별을 막론하고, 그를 황홀한 눈으로 쳐다보다가도 이내 곧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하고 싶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 조지 마이클. 영웅과 패배자, 난봉꾼과 소년을 동시에 품고 살던.

  
저 글을 쓸 때의 나는 그 나이 대에 흔히 찾아오곤 하는 격정에 사로잡혔던 모양이다. 하지만 [Faith]를 더이상 설레이며 듣지 않게되고, 조지 마이클에 대한 열광 역시 시들해진 지금에서도 여전히 그는 매력적이다. 

한강- 서울의 겨울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
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
그 날에 네가 사랑으로 온다면
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 사랑
내 가슴에 잠겨
차마 숨 못 쉬겠네
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
벅찬 숨결이 되어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
올 수 만 있다면
살여름 흐른 내 뱜에 너 좋아하던
강물소리,
들려주겠네

*라는 시가 오래된 노트에 적혀있었다. 따옴표나 띄어쓰기, 오탈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좋은 작가가 되려면 필명도 잘 지어야 한다, 는 유용한 교훈을 이 시는 우리에게 안겨준다.

블로그의 글들은 대체로 보존하려 하는 편이다.

한번 블로그 전체를 날려버리고, 다시 한번, 이번에는 본의 아니게 몇 편의 글을 날린 이후로 나는 되도록이면 인터넷 공간에 작성한 글들은 보존하려 하는 편이다. 예전에 쓰던 블로그도 대부분 비공개 처리가 된 채 여전히 남아있고. 방금 옛날 글 읽고 왔는데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무슨ㅋㅋㅋㅋㅋㅋㅋ 글을 읽는 내내 검붉은 느낌 (검은색은 분노, 붉은색은 좌빨..) 이 어른 어른 거려서 우스운 한편으로 제법 놀랐다. 나 이랬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졸라 밝아진 대신 생각이 없어졌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최윤- 저기 소리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소설집)

*한문장 한문장, 조심스레 도려내어서 간직하고 싶은 소설이 있다.

** 최윤의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의 반듯하고 흐트러짐 없는 문장 앞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벼이 눈 둘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야말로 자리에 꼿꼿이 앉아 경전을 낭독하듯, 최윤의 소설은 그리 읽어야 했다.

나는 지금 식탁에 앉아 조심스럽게 그의 문장들을 조금이나마 따라 적어보려 한다. 소설의 전체가 아니라, 이렇게 조각난 글 밖에 옮길 수 없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 최윤에게 문학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냄으로서 존재했었으나 이제는 잊혀지고 조롱받는 것들을 추억하려 하는 것일까.

 그는 계속 이념을 언급하고, 지하 조직들을 언급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것들은 구체적으로 이야기되지 않는다. 다만 읽는 이들은 모두 그것이 존재한다는/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혹자는 심지어 그것의 정체를 감히 넘겨 짚어보기도 할 것이다: [회색 눈사람] 속 '안'의 존재를 우리가 의심하지 않듯이, [저기 소리없이 한점...] 속 '우리'의 모습을 우리가 알아보듯이. 한편 최윤의 소설 속 인물들은 목적(이념/조직)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패했으며, 그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나가기 보다, 자신들의 목적없는 존재를 받아들인다.

 독자와 소설 속 인물 사이에서- 혹은 의미를 거부하려는 자와 의미를 부여하려는 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긴장. 그것을 최윤은 [벙어리 창]이라 이름붙인다.

_______________

거의 이십 년 전의 그 시기가 조명 속의 무대처럼 환하게 떠올랐다. 그 시기를 연상할 때면 내 머릿 속은 온통 청록색으로 뒤덮인 어두운 구도가 잡힌다. 그러나 어두운 구도의 한쪽에 처진 창문의 저쪽에서 새어들어오는 따뜻한 빛이 있는 것도 같다. 그것은 혼란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픔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픔이었다. 그것이 미완성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삶의 단계에 정말 완성이라는 것은 있기라도 한 것인가. (회색 눈사람, 33)

우리- 그렇다, 지금쯤은 우리라고 불러도 좋겠다- 는 매일 매일 저녁을 알 수 없는 열기에 젖어 그 퇴락한 인쇄소에 갇혀서 보냈다 (회색 눈사람, 33)

격렬했던 심장의 고동이 잦아들고 서서히 저 깊은 곳에서부터 이상한 감각이 약한 경련을 동반하면서 밀려올라왔다. 맨 먼저 그것은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도저히 수리될 수 없을 것 같은 후회의 감정이었다. 그것은 어떤 구체적인 대상을 지닌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 후회의 자리에 서서히 들어앉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안도감이었다 (회색 눈사람, 35)

그 시절 우리-왜 나는 우리라는 단어 앞에서 여전히 수줍고 불편함을 겪는가- 는 모두 넷이었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우리가 아니었다. 그들을 알았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 우리라는 단어의 사용에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감히, 그들의 견해와는 무관하게 이 단어를 쓰기로 한다.  (회색 눈사람, 35)

어떤 구체적인 소속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어디서 왔는지, 가족이 있는지... 마치 공중의 전선에 매달려있다가 어느 날 앞에 나타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사람들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겉모양과는 달리 안의 소개는 구체적이었다. (회색 눈사람, 37)

그렇지만 나는 말을 계속 할 수가 없었다. 공연히 속이 꽉 막혀왔기 때문이었다. 한밤중에 여행을 할 때 당신은 불빛이 있는 쪽으로 걷지 않나요. 내가 그 불빛을 당신의 인소소로 정했다 해서 내 여행이 죄스러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끔 당신에게는 하찮은 것이 위로가 될 때는 없습니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의 목소리나 어떤 분위기 같은 것 말입니다. 내가 당신의 목소리와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선망으로 바라보면서 약간의 안도와 위로를 얻었다고 해서 당신에게 누가 된 것이 무엇입니가. 나는 침을 꿀꺽 삼키는 것으로 안에게는 이해되지 않을 이 말드을 삼켜버렸다. 그는 여전히 나의 답변을 기다리는 기색이었다. (회색 눈사람, 44)

마치 내가 한번 지나침으로서 그곳이 조금은 나의 삶의 일부가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나 이 도시는 아무리 만지고 냄새 맡고 열망해보아야 어느 거리, 어느 사람에게도 나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여전히 내가 처음에 기차에서 내렸던 바로 그 순간처럼 생소한 차가움으로 나를 거부하고, 나는 이 지상에서 여전히 유령처럼 적을 둔 곳 없이 부유할 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회색 눈사람, 46)

우리가 기획하고 있던 책들은 물론이요 다른 단체들을 위한 인쇄물을 끝내지도 않은 채 일이 터지고 만 것을 나는 신문을 보고 알았다. 연행된 사람들의 이름이 서넛 실려 있었지만 교정으로 낯이 익은 한 이름만 제외하고는 생소한 이름들이었다. 그들의 활동은 이런 종류의 기사가 늘 그렇듯이 신문의 눈에 띄지 않는 한구석에 서너 줄로 요약되어 있었다. 그것은 안을 비롯한 우리 인쇄 담당이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해주기에는 불충분했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그들의 이름이 본명이라면, 어떻든 그들의 이름은 신문에 나지 않았다. (회색 눈사람, 60)

김희진이 도착하던 날, 그녀의 피곤에 지쳐 눈감긴 얼굴을 쳐다보면서 나는 내가 이미 오래 전부터, 나도 모르게 그 성격을 규정하기 어려운 희망이란 것에 감염되었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일생동안 나를 지배하리라는 것도. 나는 막연한 희망에 대한 막무가내의 기대로 김희진을 돌보았다. (회색 눈사람, 67)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안의 검거에 대한 제법 큰 기사를 읽었고 뒤늦게 나의 익명의 동료들의 활동에 대한 왜곡되고 과장된 해석의 기사를 읽었다 (회색 눈사람, 71)

그렇지만 나는 그의 저서가 언젠가 빛을 볼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노교수의 방대한 사고는 매주 계획이 확대되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회색 눈사람, 73)

그러나 아주 어려서부터 나는 어머니가 해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버지의 월북 이후 어머니를 비롯해 집안 식구들이 겪은 쓰라리고 모진 고생담을 마치 내가 스스로 겪은 일인 것처럼 착각하는 버릇이 붙어있었다. 이 막연한 이야기들이 내가 주변을 사릴 만큼 컸을 때 드디어 생생한 현실이 더욱 깊숙이 뇌 속에 자리를 잡아버린 후부터, 나는 이 일종의 대리 경험의 무게에 눌려,  너무 일찍 늙어버린 느낌이었다. (아버지 감시, 112)

이런 종류의 아버지는 숨기면 숨길 수록 더욱 일상의 갈피에 끼어들게 마련이다. 내가 비관적일 때  나는 아버지를 모방하려 했고, 낙관적일 때는 열렬히 아버지를 거부했다. (아버지 감시, 112)

어머니가 안계신 지금 아버지와 나 사이엔ㄴ 오히려 없느니만 못한 처치곤란한 거리만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국제도시로 탈바꿈한 서울에 대해, 180도로 변신한 한국에 대해서, 외국 시장을 범람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상품에 대해 주절주절 상식적인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한번 시작하자 어쩐 일인지 멈추기가 힘들었다. 아버지는 내가 조성한 그 거짓된 상황을 제자리로 잡아놓기는커녕, 띄엄띄엄 여행담이라도 들려주시듯이 연변이나 북경 등지의 지방의 풍습을 간단하게 묘사하셨다. 서로의 심경을 건드리는 부분을 교묘히 피한, 나로서는 참기 힘든 대화의 상황이었다. (아버지 감시, 117)

연구소를 아예 쉬고 비행기 착륙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나간 바람에 기다림에 지칠 때 쯤 해서, 이윽고 여행객들 틈에서 구식 양복에 군청색 솜외투를 걸치고 귀밑머리를 바짝 깎아 더욱 뾰족해 보이는 얼굴을 꼿꼿이 쳐들고 걸어나오는 노인을 발견했을 때 나는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국제 공항을 채운 수많은 환영객의 시선도 잊고 나는 그때 당장에는 난생 처음 보다시피 한 노인이 된 아버지의 품으로 달려가 그 자리에서 한바탕 대성통곡을 했다. 뿌리 깊은 통한과 원망이 뒤섞인 통곡임에도 틀림없었으나,  그것은 아버지를  되찾은데서 오는 감격이나 본능적인 부자지정에서 우러난 것이라기보다는, 이 년 이상이나 질질 끌어온 아버지의 여행 초청 문제가 거의 해결되었을 무렵, 그토록 바라던 남편과의 재회를 눈앞에 두고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서러움이 복받쳐 올라온 까닭이었다. (아버지 감시, 119)

아버지의 품안에서 아무리 '어머니이'를 외쳐대고 얼굴을 아무리 비벼대보아야 척 와붙지 않는 껄껄하고 스산한 감촉이었다. (아버지 감시, 119)

"모든 게 많이 생경스러워서 이렇게 쳐다본다. 눈을 요리조리 치켜들고 상대편을 쳐다보는 아나운서도 우습고, 빙글빙글 웃는 저 젊은 혁명가도 우습고, 불란서말은 또 왜 요렇게 경망스럽게 빠르냐?" 아버지는 정감어린 목소리로, 정말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진 얼굴을 내게로 돌리고 말씀하셨다. (아버지 감시, 122)

"쳇, 세상에도 지독하던 루마니아가 저렇게 쉽사리 무너질 줄 누가 알아써요. 루마니아야 독재자가 앉아서 그랬다지만 이건 동구의 어느 나라 하나 온전히 버티는 나라가 있나 보세요. 이건 뭐 거대한 폭음을 내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그저 기운없이 풀썩 썩은 둥지 주저앉는 하는 거예요" 나는 얘기를 하면서 아버지의 표정을 살폈다. 여전히 무엇이 우스운지 미소를 띄고 화면을 주시하는 아버지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야박하게 한마디 더 덧붙였다. "아버지는 동구의 공산주의가 저렇게 무너져내리는 게 아주 재미있으신가 보지요?"
그러나 내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점잖은 말이 아니라 "아니 기껏 저렇게 무너질 것 때문에 일생을 폭삭 망치셨단 말예요" 같은 항의조거나 "도대체 아버지는 어느 쪽입니까? 설마하니 아직도 저쪽은 아니겠죠?" 같은 차마 발설할 수 없는 의심조였다. 아버지의 옆얼굴이 잠시 굳어지는가 했더니 여전히 예의 미소가 퍼지면서 천천히 말했다. "재미있냐고? 그거야 난생 처음 일어나는 일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갰구나. 몸이 커지면 아무렴 알맞는 옷을 갈아입어야지." "....?" 나를 멍청하게 만드는 이런 식의 대답은 정말 딱 질색이었다. 당신과는 조금도 상관이 없는 남의 집 불보듯 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급기야 내 속에 불을 지르고 말았다. (아버지 감시, 123)

"한번도 이 애비를 본 적이 없으며, 네 말마따나 망령으로만 접해온 너로서는 뒤늦게 나타난 애비에 대해 두루두루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생각건대 두가지 생각의 가락 사이에서 주체할 수가 없겠지. 하나는 나에 대한 원망으로 내가 네 앞에서 그리고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만 네 어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번만이라도 용서를 빌면서 울부짖어주었으면 하는 것이겠고, 다른 하나는 이왕 모든 것 떨치고 떠난 바에야, 세상이 우러러보는 떠들썩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되어 너히들 머릿속 한구석에 살고 있는 그 망령의 한 자락에 부합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더라면 하는 바람 아니겠느냐" (아버지 감시, 134)

"그렇다고 늙은이가 주책없이, 죽기 전에 나 개인의 모양을 바로잡으려고 이 먼 여행을 계획했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나는 바로잡을 모양새도 자랑할 만한 거리도 없다. 네 애비라는 사람은 그저 이십여 년 이상 농사에 매달린 야인일 뿐이고, 내 보잘것없는 생애에 많은 우회를 거친 다음에 어렵게 이른 이 자리가 흡족할 뿐이다. 그리고 바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너희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아버지 감시, 136)

나는 나 자신을 설득이라도 하듯이 지금까지 그런대로 나를 안심시킨 여러 가지 사실들을 다시 떠올렸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가 벌써 오래 전에, 그것도 죽음을 각오하고 나의 어린 '동생'들까지 이끌고 북한에서 중국으로 이주를 감행한 것이 사람들이 말하는 그 전향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늘 그렇듯이 이 사실을 상기해보아야 안심은 잠시일 뿐 또 다른 사실이 재빨리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대부분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하는 것처럼 아버지는 한번도 시원하게 그 도망쳐온 이북에 대해 이렇다 할 비판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도저히 그에 대해 길게 언급한 적이 없었거니와, 나 또한 실상 한번도 진지한 호기심을 가지고 북쪽의 상황을 물어본 적조차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북쪽에 대한 확실한 지식이 있지 안은가. 게다가 우리 가족처럼 델 만큼 덴 사람들에게 있어서랴. 나는 아버지가 도착하신 바로 다음날 저녁 식사중에 북한에 대한 나의 지식을 일부러 열을 올려가며 아버지 앞에서 쏟아놓던 일을 상기했다. 하기는 내가  아버지의 입장에 있었더라도 그토록 확실한 지식 앞에서는 감히 반론은 커녕 조그만치의 부언조차 삼갔을 것이다. (아버지 감시, 137)

우리 가족이 거처를 옮길 때마다 냉랭한 불신과 위협적인 시선으로 집안을 한바퀴 훑어보고 가던 소위 담당 구역 형사들의 비슷비슷한 얼굴들이 그것 보라는 듯 의기양양한 자태를 지으면서 눈알을 스쳐 지나갔다. 그 얼굴들의 대열 맨 끝에서 마침내 탈을 벗은 진정한 망령의 얼굴이 슬픈 표정을 하고 멈추어 섰다. 불행히도 그 딱한 취조자의 얼굴은 다름아닌 나의 얼굴이었다. (아버지 감시, 141)

아버지는 보시던 법국 안내서의 한귀퉁이를 펼치셨다. 중국어로 씌어진 안내서의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한 옆에 그려진 지도와 묘지라는 한자로 보아 페르 라 셰즈 묘지를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하고많은 명소 중에 왜 하필 공동묘지부터..." 그러나 나는 곧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버지가 그곳을 보고자하는 의도가 막연히 잡혔기 때문이었다 (중략) "이 안을 다 둘러보시려면 서너 시간이 걸릴 텐데 다 보시겠어요? 아니면..." 온갖 멋을 부려 조각 장식을 한 서구식 무덤들보다는 이 묘지의 크기에 조금 당황하신 듯 잠시 멈춰 첩첩이 무덤들인 사방을 휘돌아보시는 아버지의 얼굴이 벌써 추위에 반쯤 얼어있었다. "다 보긴... 가로질러 곧장 그리로 가자." "그리라니요?" 나는 너무 당연하다는 투로 말씀하시는 데 약간 반발을 하며 일부러 되물었다. "녀석, 딴청을 하기는... 나 같은 사람이 여기를 오자고 했을 때 그게 어디일 것 같으냐". 아버지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말씀하셨다. 이 '나 같은 사람'이란 말씀이 강한 충격과 함께 여러번 귓속을 울렸다. 나는 말없이 정문에서부터 동쪽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코뮌 병사들의 벽'을 향해서 걸었다. 공산주의권의 여행자들이 파리에서 빠트리지 않고 방문하는 상징적인 성소처럼 되어버린 곳이었다.  (아버지 감시, 144)

불온한 음을 녹음했다는 이유로 원하지도 않은 입대 날짜를 갑작스럽게 통고받고 난 후, 별다른 진전없이 이미 녹음해놓은 몇 개의 테이프를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나는 아주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벙어리 창, 147)

내가 벙어리로 단정한 바로 그 여인이, 갑자기,  나로서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고음으로 완벽하게 연습한 듯한 소리의 연속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선율이나 노랫가락은 아니었다. 높고 가늘지만, 순간적으로나마 거리의 소음을 말살해버리는... 창자 저 깊숙한 데서 나왔거나 아니면 심연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소리,  마치 신화 속의 괴물이 때와 장소를 착각하고 내 앞의 공중 전화에 나타나 포효라도 한 것처럼. 나는 당황한 나머지 허리에 차고 있는 소형 녹음기의  단추를 누르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벙어리 창, 148)



Friday, August 9, 2013

[Bicentennial Man]




*아직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이 글이 떠올랐을 때 바로 쓰지 않았던 것은 그 생각에 너무나 감정이 많이 들어가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제법 지나고 쓰니 글은 시들한 느낌이지만 그만큼 '선'을 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삼촌은 40번째 생일에 울었다고 했다. 그 고백은 돌이켜보면 나를 향한 하나의 경고이기도 했다. 너 또한 그렇게 될지도 몰라. 삼촌은 그러나 우리들 중 가장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조차도 40을 넘었을 때 엄습해오는 패배감과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대한 영욕을 어찌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나의 입은 썼다- 종종 그랬듯, 사람들은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었다. 

어떤 '사고'가 있고 나서,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의 장례식에 대해 생각하는 고약한 습관을 얻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을 생각했고, 어머니의 장례식을 생각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올 수 있을지, 누가 오게 될지에 대해 상상하곤 했다. 혹자의 장례식에는 나조차도 참석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누가 그를 챙겨줘야 하겠는가? 내가 오지 않은 장례식장에서 모여 수군거리는 이들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나는 진저리 쳤다. 

40도 어떻게 넘길지 모르는 인간이 다른 사람의 죽음까지 돌봐야 한다는 것이 우스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두가지 생각의 줄기는 내가 중년과 노년을 무력감과 동일시하게 만들었다. 40 이후의 어느 누구도 내게 설득력있는 삶의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죽었다. 사고사든, 병사든, 40이 넘은 이의 죽음이 내 머릿 속 한켠에 '자연스러운 결말' 이라는 인상을 남기는 것을 나는 어찌할 수 없었다. 

그 인상은 좀더 구체적으로 이런 것이었다. 
왜 내가 여기까지 왔지? 여기가 
어디지? 끝? 끝?  
그래 너는 이제 끝이야. 외판원이 
너의 끝이야. 네 삶의 끝이야!        
                    -장정일, 안동에서 울다 중 

어제 불을 끄고 누워서...... 문득 이 영화를 생각했다. 생산 공정의 오류로 감정을 가지게 된 로봇이 미래 어느 한 가정에 도착한다. 로봇은 주인집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그 감정을 어찌 하지 못해 오랜 기간 동안 집을 떠난다. 떠나있는 동안 그는 자신의 몸을 서서히 인간으로 만들어나간다- 인간이 아니면 공식적으로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돌아왔을 때 주인집 딸은 죽고 없었지만, 그녀와 꼭 닮은 딸 (이었나 손녀였나) 이 살아있었다. 그리고 둘은 다시 사랑에 빠진다. 

 로봇이 정말 주인집 딸을 잊어버린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그녀를 가슴에 묻은 로봇의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같은 질문은 잠시만 미뤄두자.

내 머릿 속에 떠올랐던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로봇은 이제 완연한 인간이 되어 '죽음' 을 기다리고, 인간이 되기 위한 최후의 조건까지 충족시킨 그를 정부가 인간으로 인정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옆에는 마찬가지로 노인이 된 그의 사랑- 주인집... 손녀?-이 누워있다. 뉴스가 시작되고, 정부가 그를 인간으로 인정했다는 소식이 나온다. 로봇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옆을 돌아보지만 이미 연인은 죽어있었다. 그리고 로봇은 자신의 생명 유지 장치를 끈다. 

정말 먼... 훗날에, 정말 정말 오랜 시간이 흘러 내가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그렇게 살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쩌면 깨달음의 순간을 얻게 될지 모른다. 로봇이 살아온 삶이 그가 인간임을 선언하는 정부의 발표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었듯, 나 역시 내 삶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한번의 기회를 얻게 될지 모르겠다. 수많은 ups and downs. 그리고 그 기회의 끝에서 나는 내 옆에 누워있는 사람을 보게 되겠지. 그 사람의 모습에서 나는.. 

Rolling Stones- Paint It Black



I see a red door and want it painted black
no colors anymore I want them turn black
I see the girls walk by dressed in their summer clothes
I have to turn my head until my darkness goes
I see a line of cars and they're all painted black
with flowers and my love both never to come back
I see people turn their heads and quickly look away
Like a new born baby it just happens ev'ry day
I look inside myself and see my heart is black
I see my red door and it has been painted black
Maybe then I'll fade away and not have to face the facts
It's not easy facing up when your whole world is black
No more will my green sea go turn a deeper blue
I could not foresee this thing happening to you
If I look hard enough into the setting sun
My love will laugh with me before the morning comes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보다.

영화의 등장인물은 시나리오에 의해 운명이 정해져있고, 그보다 더 비극적인(?) 경우 장르의 법칙에 따라 캐릭터 설정 단계부터 그들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예고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 영화는 그 미묘한 '실존'을 비틀어 장난치고 있다. 블론디는 언제나 the Good이며 돈을 챙겨 유유히 달아날 것이고, 엔젤 아이즈는 the Bad로서 심판을 받을 것이며, 그리고 '못난 놈' 투코는 항상 땅을 치고 후회하는 바보로 남을 것이다. 그들이-물론 영화 속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움직였으며, 어떤 삶을 살았던지.

좀더 생각을 해보고 싶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해본다.

p.s: 사실 저 위의 장면이 지나고, 투코가 돈 자루에 코를 박고 엎어지면서 'the Ugly', 다음으로 죽어 넘어져있는 엔젤 아이즈를 보여주면서 'the Bad'라는 자막이 뜰 때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아, 그리고 블론디의 "such ingratitude"운운 하는 대사도.

p.s.2: 블론디와 투코는 생명을 담보로 놀음을 한다. 이 점도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빠져선 안될 듯 싶으다. 그리고 한번 죽었다 살아나올 때마다 투코의 '목숨값'이 올라간다는, 얼핏 당연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사실도.

p.s.3: 투코의 죄목 중 하나였던 "raping a virgin of the white race". 그러고보면 투코는 영화에서 가장 비중이 큰 히스패닉(?) 인물이기도 하다.

Thursday, August 8, 2013

이기찬- 감기


어느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그닥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은 포스팅이라서. 그냥 "1년이면 되니/ 돌아올 수 있니" 저 한소절이 유독 듣고 싶었다.

Toni Braxton-You're Makin' Me High



How high? So high that I can kiss the sky? 말 그대로 '넘실거리는' 이 리듬.

Your Precious Love



Heaven must have sent you from above
Heaven must have sent your precious love 


*여러분은 어느 것이 더 좋은가? 마빈 게이와 태미 테럴이 듀엣으로 부른 [Your Precious Love] (위), 그리고 그 둘이 세상을 떠난 뒤, Marvin Gaye의 탄생 60주년을 맞아 제작된 앨범에서 D'angelo와 에리카 바두가 호흡을 맞춘 [Your Precious Love] (아래). Gaye의 보컬이 그 누구보다도 세련되었노라 생각하는 나에게도 D의 커버는-나지막히 '오우' '예'를 연발하는 도입부에서부터- 도무지 거부할 수 없는 한 방이었다. 하지만 태미 테럴과 바두라면 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태미 테럴의 목소리가 가진 저 청량감.

**테럴은 게이의 뮤즈였고, 그와 한 시대를 같이 했다. 테럴과의 만남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데에 익숙하지 않았던 게이를 라이브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했고, 그녀의 이른 죽음은 게이가 '모타운 식' 사랑 노래를 버리고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는 하나의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니까 테럴의 삶과 죽음은-적어도 부분적으로- 이런 것을 가능케했던              것이다. 마빈 게이는 위 공연 이후 국가를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늘날에는 가장 위대한 국가 제창으로 꼽히고 있지만...)   
*** 눈매가 이쁜 사람들이 웃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혹은 애초부터 그 사람의 웃음에는 다른 이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알 수 없는 그 매력을 설명하려다 눈매에 모든 공을 돌려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나. :)

그럴 때면 아기를 보듯, 아기의 손이나 발이나,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 얘 좀 봐봐' 하고 호들갑을 떨듯, 탄성이 입술 뒤까지 밀려온다. 금새라도 웃음이 터질 것만 같다. 그 '이쁜'  모습에. 그러다  문득 부끄러움을 느끼고 입 속으로 우물거리고 말겠지만.

Al-Farouq Aminu


나스의 유명한 가사를 살짝 바꾸자면, blood of a player, heart of a king 정도 될까.

Al-Farouq이라는 이름은 '왕이 도착했다' 라는 뜻으로 그의 가문은 나이지리아 지역 어느 왕조의 후예라고 한다. 정작 본인은 한번도 나이지리아에 가본 적이 없다지만.

팔 다리가 긴데다, 자신보다 몇인치는 더 큰 이들의 머리 위로 훌쩍 훌쩍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이른바 '기골'만큼은 지금도 왕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 성 싶다. (그러나 신은 그를 1990년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에 내리셨다)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해본 적이 거의 없다. 한글로 쓰면 너무 동글 동글한 느낌이고, 영어로 써봐도 기껏해야 귀엽다거나 특이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게다가 종종 내 이름의 뜻을 물어오는 사람들을- 대부분 해외에서- 만날 때 나는 가장 곤혹스러웠는데, 한글자 씩 풀이해보면 분명 의미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그 뜻이 전혀 이치에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펄프 픽션]의 브루스 윌리스처럼 'Our name don't mean sh*t'  이라 넘겨버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글자마다 짚어가며 설명하지도 못한 채 그냥 얼버무리곤 했다. 그러고나면 한창 가속이 붙었던 대화는 시들해졌고, 이럴 때 나의 아쉬움과 짜증은 이름을 향했다. 어차피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여한 것도 아닌, 그 이름이기에.

Wednesday, August 7, 2013

영어로 글을 쓸 수 있으며

그걸로 먹고 살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빌 시먼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

http://en.wikipedia.org/wiki/Bill_Simmons

트위터에서 보면 시끄럽고 정신나간 잉여 백수 같지만 나이 40에 미 대통령과 1:1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기 방송국의 지원을 받아가면서 웹진을 운영하는 삶은 아무나 이룰 수 있는 게 아니지.. (전문성이 딱히 요구되지 않는)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Vladimir Nabokov- Lolita


Thus, neither of us is alive when the reader opens this book. But while the blood still throbs through my writing hand, you are sill as much part of blessed matter as I am, and I can still tallk to you from here to Alaska. Be true to your Dick. Do not let other fellows touch you. Do not talk to strangers. I hope you will love your baby. I hope it will be a boy. That husband of yours, I hope, will always treat you well, because other wise my spectre shall come at him , like black smoke, like a demented giant, and pull him apart nerve by nerve. And do not pity C.Q. One had to choose between him and H.H. and one wanted H.H. to exist at least a couple of months longer, so as to have him make you live in the minds of later generations. I am thinking of aurochs and angels, the secret of durable pigments, prophetoc sonnets, the refuge of art. And this is the only immortality you and I may share, my Lolita.

Britney Spears- Oops! I did it Again


이 노래 좋아한다고 뭐라 하지 마라 (...)

Oops I did it again
I played with your heart, got lost in the game
Oops You think I'm in love
That I'm sent from above
I'm not that innocent

진짜 좀 짱인 듯.

장정일- 하숙

장정일과 유하를 흔히 한 호흡에 (same breath)언급하곤 하는데, 나는 항상 유하를 가짜 예술가라 생각해왔다. 지금도 나는 이만교의 소설을 바탕으로 했노라 뻥카치고 3류 포르노를 찍거나, 추억 이름 걸고 "청춘 액숀 로망" 찍는 것이야말로 재즈와 말장난을 훈장처럼 들이밀던 세운 상가 키드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마 [쌍화점]에서는 그에게 어울리는 것이 뭔가 잠시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어쩌면 젊은 시류를 이끄는 양 비평가들에게 대접받던 그 시절이 영화판에서도 반복되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장정일을 좋아했다. 어디서 유래했는지 알 수 없는, 얼마 전 누군가에게 반쯤은 농담으로, 반쯤은 참담함에 가까운 심정으로 고백한 나의 '운동권적 마인드'가 그의 인식과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다. 장정일은 일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추레한지 이야기할 줄 알고, 그 일상을 돈 몇푼 받고 묘사하는 일이 얼마나- 밥을 벌어온다는 점을 제외하면-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그 부끄러움을 애써 감추고 펜대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미디어와 '문화 자본'이 어떤 식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장정일에게 항상 권력은 아버지였고, 문화 자본의 생산자는 미국 뿐이었기에- 이 단순한 구도는 소설 속에서 마치 우화 같은 느낌이 되어버리고 만다. 가령  [너희가 재즈를 아느냐] 속 "네게도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그 아버지는 출세한 사람들만 가는 먼, 미국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려고" 어린 아들에게 햄버거를 줄창 먹이는 어머니처럼.


 [하숙]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처음 아 이건 진짜구나 싶었던 거 같다. 이 사람은 진짜구나.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작은 이유 때문이었다. 존 레논과 에릭 클랩튼, 레오나드 코헨이 같이 언급된다는 이유. 하지만 아직도 존 레논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러브이즈리얼 리얼이즈러브  이매진데어이즈 노 헤븐 이래쌌는 병신들이 쌔고 쌨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존 레논은 아도르노, 벤야민, 라캉 같은 리스트로 갈 수록 불어나고 폭 넓어지는데, 그 와중에 존 레논과 그 패거리 역시 '녀석'을 혼곤히 잠들게 할 뿐이라 짚어낸 장정일의 냉소.

녀석의 하숙집 방에는 리바이스 청바지 정장이 걸려있고 
책상 위에는 쓰다만 사립대 영문과 리포트가 있고 영한 사전이 있고  
재떨이엔 필터만 남은 켄트 꽁초가 있고 쓰다버린 설렘이 있고  
서랍 안에는 묶은 플레이보이가 숨겨져있고  
방 모서리에는 파이오니아 앰프가 모셔져있고 
레코드 꽂이에는 레오나드 코헨, 존 레논, 에릭 클랩튼이 꽂혀있고 
          방바닥엔 음악 감상실에서 얻은 최신 빌보드 차트가 팽개쳐있고 

      쓰레기통엔 코카콜라와 조니 워커 빈 병이 쑤셔 박혀있고 

      그 하숙방에, 녀석은 혼곤히 취해 대자로 누워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꼼짝도 않고. 

장정일-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 (1994)

*지금까지 읽은 장정일 소설들 중 가장 가볍고 저열하고, 깊이 없는 인용이 남발된 소설이 아닌가 싶다. 후반에 갑자기 등장하는 나팔과 재즈교는 핀천을 의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 전까지 장정일의 소설들이 텍스트를 거침없이 인용하면서도 그 뒤에 숨어있는 속물스러움을 의식하면서 텍스트를 하나의 '장치'로 못박아버렸다면 이 소설에서는 그 스스로가 몹시 속물스럽게도, 자신이 사용하는 문학적 장치와 레퍼런스에 도취되어버린 듯 하다.  

**이 소설에서 "햄버거" 라는 말로 대표되는- 단순히 그 햄버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국 문화는 장정일을 항상 겁먹게 했다. 그의 시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하숙]에서 그랬고, 생각해보면 [실비아 플라스를 읽는 여자]에 등장하는 두 중심 이미지, 험프리 보가트/실비아 플라스 모두 미국인이었지. 그러나 이미지의 과잉에 파묻혀 이 공포는 그닥 선명히 느껴지지 않거나, 억지스러워보이기까지 한다. 험버트를 햄버거라고 써가면서까지 장정일은 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했을까. *^^* 

 인용 

그러나 미스터 '팍'은 그 외국 사람이 자신을 불렀다는 것을 안다. 왜냐하면 우리의 존재는 우리를 정확하게 지칭하려는 노력 가운데만 있지, 명확하고 부동하게 존재해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존재하는 것은 명확하지 않고 부동하지 않다. 때문에 우리는 신비하고 낯선 것의 주변을 어슴푸레 만지는 것으로 서로 소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82)

머릿속에 든 어지러운 생각들을 지우기 위해 한증탕, 냉탕, 열탕을 번갈아 오가는 사이, 때를 미는 퉁퉁한 얼굴의 사내가 그를 자꾸만 쳐다보았는데 그 얼굴은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얼굴이었다. (중략) 초점이 부정확한 멍한 눈동장... 때밀이 사내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으나, 강한 악력으로 그를 붙들어 때밀이 침대로 데려갔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잘 불은 그의 몸을 때수건으로 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는 때를 밀고 있는 사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자는...그의 대학 동창생이다...그래...언젠가... 학내의 등록금 인상 반대를 둘러싸고 학생회의 어떤 간부가 3층 건물의 창에서 뛰어내린 적이 있다... 바로... 이 사람... 그때, 이 사람은 무척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리고... 굉장한 달변이었고... 그는 눈물이 왈칵 났다...그때.. 나는 그를 그토록 미워했는데... 자신이 돈 벌어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니면서 등록금 인하 투쟁은 대체 뭐하자는 거냐? (후략) (305) : 박민규의 [고마워, 역시 너구리야]의 마지막이 생각나는 구절. 

어디선가 총알이 탕- 날아올 것 같은 무더위 속에서, 아내의 배는 이제 부를대로 불어있었다. 그는 부른 배로 인해 좁아진 안방을 보면서, 이 집에 낯선 남자가 들어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311) 

"삼십대에 부장이 된 것은 현다이의 이명박 다음으로 당신이 두번째야. 아기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야. 하지만 술을 너무 마셔서는 안돼" (326) ㅋㅋㅋㅋㅋㅋㅋㅋ

그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크신 선생님'의 이마에는 3~4 센티미터 길이의 트럼펫 모양의 상처가 선명히 새겨져있었다 (337) 그리고 그 밑에는 작은 트럼펫 그림이 실제로 그려져있다. 토마스 핀천의 [The Crying of Lot 49]를 향한 레퍼런스. 그리고 나팔 이미지가 다음으로 확장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심신이 저무룩하게 밑으로 밑으로 꺼져가는 중에 그는 불알을 덜렁이며 혼음의 축제장을 휘젓고 다니는 '크신 선생님'의 외침을 들었는데, 학창 시절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그것은 요한 계시록 제 8장과 9장의 말이 분명했다. "일곱 나팔 가진 일곱 천사가 나팔 불기를 예비하더라. 첫번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후략)" (342)


Tuesday, August 6, 2013

Quasimoto- Catchin' the Vibe


이런 게 올라왔네열 *^^*
몇달 전 발매된 미공개 컴필레이션 [Yessir Whatever]에서..

글만쓰면개소리가되니까

글만쓰면개소리가되니까무슨글을써서인간답게되어야할지모르겠다

Sonic Youth- Kool Thing (feat. Chuck D)

                                     I mean, are you gonna liberate us girls
                                     from  male-white corporate oppression? 
[Goo]에서 나를 가장 미치게 만든 것은 앨범 전반에 흐르는 '힙스러움'이었다. 모든 것에 대해 나는 무관심하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듯한 태도.

경멸은 대상이 가진 고유의 의미를 더이상 이해하고자 하지 않으려 할 때 시작된다. [Goo]의 커버를 덮고 있는 Ian Brady와 Myra Hindley의 모습 은 Sonic Youth가 서회에, 그리고 이 음악을 듣고 있는 당신에게, 보내는 하나의 조소로 읽을 수 있다. '완벽한 살인을 저지르고 싶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되었다는 최악의 연쇄살인이 삼류 소설에 나올 법한 문구 ("I stole my sister's boyfriend/ it was all whirlwind, heat and flash)가 곁들여진 채 묘사될 때, 죽음과 도덕, 미디어가 가지는 기존의 의미는 힘을 잃는다. 오로지 예술가가 새로 창조한 세계 안에서 그것들은 다시 의미를 부여받는다. 그래서 이 앨범은 조소인 동시에, 초대이기도 하다. 혹은 초대조차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냉소주의자의 비극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경멸하고 경멸할 수 밖에 없는 이들에겐 최선의 자기애조차 결국 자조와 체념이 될 뿐이다. 백인-여성-락커인 킴 고든이 흑인-남성-마초-랩퍼 LL Cool J를 만났을 때 느꼈던 벽은 곧 그녀가 여성의 목소리로 'Kool thing'을 유혹하고 다시 Kool thing이 되어 "I don't wanna/ I don't think so"이라 대답하길 반복하는 모놀로그로 표현된다. 이때 'I don't wanna'는 단순히 LL Cool J에 대한 레퍼런스를 넘어 고든 자신의 머릿 속을 왕왕 울리는 무력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I just want to know that we can still be friends'라며 어색하게 농담을 던져보지만, 답은 정해져있다. 그리고 사실은 그녀 역시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I don't wanna/ I don't think so.

* 시발 망함... 문장 하나 만드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지 읽는 분들은 모르겠지요..ㅠㅠ

Sunday, August 4, 2013

Last Nite- The Strokes


Last Nite
She Said
Oh Baby I feel so down
Oh It turns me off
When I feel left out

So I walked out
Oh Baby, don't care no more
I know this for sure
I'm walkin' out that door

Well I've been in town for just about fifteen minutes now
And baby, I feel so down
And I don't know why
I keep walkin for miles

See, people they don't understand
No girlfriends, they can't understand
Your grandsons, they don't understand
On top of this I ain't ever gonna understand

제가 이 노래를 좀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데 말이죠.
줄리앙 카사블랑카 같은 목소리를 갖고 싶어함 *^^*

딩딩딩딩 거리는 인트로의 기타 소리- 언젠가 기타를 며칠 배우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가르쳐달라 졸랐던 것이 저 리프였다-부터 이상하게 노이즈가 끼어있는 카사블랑카의 목소리, 락큰롤의 리듬 모든 게 펄쩍 펄쩍 뛰고 싶을만치 마음에 든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돌아와 엉덩이를 흔들며 이 노래를 공연에서 부른대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

Oasis- Live Forever


Maybe I don't wanna know
How your garden grows

Maybe I'll never be
all the things I want to be
But now is not the time to cry
Now's the time to find out why

I think you are the same as me
We see things they'll never see
You and I are gonna live forever                            

Oasis- Don't Look Back in Anger.


얼마 전에 이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듣게 되었는데... 아 너무 좋더라고.

쏘오오오오 쌜리 캔 웨이이잇~ 한때는 페이스북 프로필의 좌우명도

Please don't put your life in the hands of a Rock'n Roll band.. (웃음)

아 그랬던 (여기서 룸메이트가 들어와서 글이 끊어짐) 적이 있었는데..

2007년이 벌써 5년도 넘게 지난 과거라니.

Red Hot Chili Peppers- Higher Ground (Live @ David Letterman)



하... 몸을 이렇게 만들어야..

Saturday, August 3, 2013

John Mayer-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 (Live in LA)


평소에 전화가 걸려오면 1시간 씩 통화하던 사람이 30분만에 수화기를 내려놓길래 무슨 일인지 물어봤더니 잘못 걸려온 전화였노라 대답했다는 이야기는 최근 나의 식욕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비유가 되어줄 것 같다.

새로 요리한 음식을 한 숟갈 입에 넣자마자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다. 뭔가를 좀 덜 익혔던 것일까, 퍼석퍼석하고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걸 접시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먹은 뒤에야 도무지 안되겠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으로 향한 나... 얼마 남지도 않은 것을 버려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손목 문제로 가게 된 병원에서 체중을 쟀는데- 파운드를 킬로그램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내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만약 내 계산이 맞다면- 다소 과체중으로 나왔다. 짐작은 했지만, 하.... (후략)

Thursday, August 1, 2013

Gang of Four- Damaged Goods


저 시절 포스트-펑크라는 거, 좋아한다 좋아한다 말하면서도 사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 노래만큼은 그 중 가장 매력적인 싱글이라 생각한다. 목소리에서는 권병준 (a.k.a 고구마) 이 떠오르기도 하고. [사랑이 아니야]의 은근한 냉소가 이 노래에는 보다 진득하게 묻어있다는 사실도, 권병준을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또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이제와서 돌아보지마 뭐라고 하던지 그-런-건 사랑이 아니야... 뭐야, 이 노래랑 별로 닮지도 않았구만.

The change will do you good
I always knew it would
Sometimes I'm thinking that I love you
But I know it's only lust
Your kiss so sweet
Your sweat so sour

Your kiss so sweet
Your sweat so sour

Sometimes I'm thinking that I love you
But I know it's only lust

The sins of the flesh
are simply sins of lust

Sweat's running down your back
Sweat's running down your neck

머릿 속 멜로디를 따라불러본다.
Sometimes I'm thinking that I love you/ But I know it's only lust

아 쩌러 쩌러 (호들갑)


이 노래를 번안한다면,  시발 시발 정도는 어딘가 애교스럽게 두어번 붙여주면서 불러야 할 것 같다.

밴드의 이름인 Gang of Four의 유래가 흥미롭다.


문화 대혁명 당시 실세로 군림했던 장칭과 그 측근들을 일컫는 이름, '사인방'의 영어식 표기가 Gang of Four... 처음에 중국 근대사 책 읽으면서 '어 설마 그 갱옵포가 여기에서 나온 건가' 했는데 정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