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March 27, 2014

The Graduate, 그리고 Mrs. Robinson

기억에 남는 몇 개의 엔딩씬이 있다.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꼽아봤자 대개는 이런 저런 영화 잡지에서 한번씩 언급되었을 그런 엔딩들이지만. 일단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미 한번 이야기한 바 있듯, [파이트 클럽]의 엔딩- 빌딩이 무너지고, 황망하게 서있는 여자에게 에드워드 노튼이 속삭이는 장면 말이다. "우리는 정말 이상한 시대에 만났어". 정확한 해석은 아니지만 (You met me at the very strange time in my life) 대충 이 정도로 퉁치자.그리고Pixies의 Where is My Mind가 울려퍼지고..


The Graduate 의 엔딩씬도 그 못지 않게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졸업"으로 번역되었지만, 사실은 "졸업생"에 더 가까운 제목. 명문대 졸업생이지만 앞으로의 삶에 대해 미처 결정을 내리지 못한 벤자민 (더스틴 호프만 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감독인 마이크 니콜스는 마지막 씬을 찍으면서 배우들에게 미소를 짓는 데까지만 주문을 했다고 한다. 더스틴 호프만과 캐서린 로스는 미소를 짓고 나서, 컷 사인이 떨어지기를 기다렸지만 감독은 그 상태에서 계속 카메라를 돌렸고, 일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는 그 둘의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의 불안감과 함께하게 된 행복감- 그 감정이 교차하는 (듯한) 미묘한 표정이 둘의 얼굴에 떠오른다.



 The Graduate이 빛나는 또 하나의 지점은 Simon & Garfunkel과 함께 한 사운드 트랙이다.
특히 마지막 씬의 배경으로 들려오는 Sound of Silence의 멜로디가 압권.


사실 마이크 니콜스가 영화 속에 넣을 곡이 더 없냐고 물어보았을 때 폴 사이먼은 아직 Mrs Robinson을 채 완성짓지 못한 상태였다. 당황해하며, 폴 사이먼은 말했다. "한 곡이 있긴 한데, 흘러간 것들에 대한 노래에요. 엘레노어 루스벨트와 조 디마지오가 등장하는.." 노래를 들어본 뒤 니콜스는 말했다. "이제 이 노래는 Mrs Roosevelt가 아니라 Mrs. Robinson에 대한 노래가 될 겁니다." 극 중 더스틴 호프만을 유혹하는 (그리고 캐서린 로스의 어머니로 등장하는) 인물이  Mrs. Robinson이었다.


. Mrs Robinson을 연기한 Anne Bancroft가 36이었던 반면 더스틴 호프먼은 당시 29살이었다는 것이 함정... Elaine Robinson을 연기한 캐서린 로스는 27 살이었군요.

첨언 한가지 더 하자면,

더스틴 호프만이 결혼식 장으로 뛰어가서 결혼 깽판치고 신부와 달려가는 장면은 정말 무수히 많이 패러디 되었는데,



아, 그리고 신화-너의 결혼식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졸업] 같은 일이 생길까/ 나에겐 그런 용기가 없어"

Monday, March 24, 2014

Paul Pierce

사실 내게 LA의 거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농구선수는 폴 피어스...

(LA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는 Kobe Bryant겠지만 그는 이탈리아에서 유년을 보내고 필라델피아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L.A. Lakers의 열성 팬이었다는 걸 제외하면 코비는 사실 LA에 별다른 연고 자체가 없다.)

폴 피어스는 L.A. 카운티 내 소도시인 잉글우드에서 자라났다. 캘리포니아 러브에서 투팍이 외치는 그 Inglewood가 맞다.


이 광고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폴 피어스를 비롯해 몇몇 유명 선수들이 고향을 방문해 어린 시절의 그 장소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광고였는데.... 그렇지 않아도 '동네 아저씨가 농구하는 것 같다'는 평을 듣곤 하던 폴 피어스였기에 더욱 이런 모습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폴 피어스는 오늘날 보스턴 셀틱스의 대표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 시즌 팀을 떠나야했지만) NBA에 처음 드래프트된 이래 10년 여를 한 팀에서만 뛰어온 결과이다. 보스턴 셀틱스가 피어스의 고향에 연고를 둔 LA Lakers와 오랜 라이벌 관계라는 것, 그리고 정작 동부에서 자라난 코비가 오늘날 Lakers에서 피어스 이상의 위상을 지닌 존재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는 한층 더 깊어진다. 피어스도 이제는 누구 말마따나 보스턴 시민이 다 된 것 같다. 지난 해의 슈퍼볼에서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열렬히 응원하던 것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폴 피어스는 레이커스 팬들의 머릿 속에 쉽게 씻겨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 바 있다. 레이커스에게도, 셀틱스에게도 결코 끝나지 않을 듯하던 '침체기' 끝에 2008 년 두 팀은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고, 그곳에서 맞대결했다. 저 유명한 매직 존슨-래리 버든의 라이벌리 이래, 그러니까 80년대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보스턴에서 벌어진 첫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동료 선수 케빈 가넷과 부딪힌 폴이 무릎을 잡고 바닥에 쓰러진 것은 그 때였다.

(후략)


Kendrick Lamar- Black Boy Fly


I used to be jealous of Arron Afflalo
He was the one to follow
He was the only leader foreseeing brighter tomorrows
He would live in the gym
We was living in sorrow
Total envy of him
He made a dream become a reality
Actually making it possible to swim 
His way up outta Compton with further more to accomplish
Graduate with honors, a sponsor of basketball scholars 
It's 2004 and I am watching him score 30
Remember vividly how them victory points had hurt me 
Cause every basket was a reaction or a reminder 
That we was just moving backwards.

Kendrick Lamar와 Arron Afflalo는 둘 다 Compton 출신. Afflalo의 나이가 두 살 더 많다. 


Tuesday, March 18, 2014

나카야마 미호- 世界中の誰よりきっと



M.C. The Max- 행복하지 말아요


옛날부터 왜 "엠씨" 더 맥스냐는 말이 많았는데
원래 Moon Child 여서..... 그걸 the Max까지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나 뭐였나.

하여간 한국 가수들 중에 진짜 미친 이름 많았어요. SG Wannabe는 어쩔 거임.

이게 자꾸 듣고 싶었는데 정작 들으면 별 감흥없고 그러다가
얼마 전에 새벽에 계속 답이 안나오는 계산을 반복하면서 들었는데
아...

Saturday, March 15, 2014

Fabolous- Into You


이 노래에서 가장 좋은 부분:

"Even though I was somewhat successful
Being a player was becoming too stressful
But ever since the superwoman has come to my rescue
My winter's been wonderful, my summer's been special"


2000년대 힙합-알앤비로는 믹스를 몇개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악들. 특히 Fabolous의 사랑 노래들은 요즘처럼 괜시리 뭘 들어야할지 모르겠을 때, 새로운 음악을 들으려다가도 괜시리 귀찮아질 때 유독 좋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정점에 있는 'Trade It All' 시리즈.

"The type men go for/ the type I drive the Benz slow for/
the type I be beepin the horn, rollin down the windows for"






Saturday, March 8, 2014

Ignition (Remix) - R.Kelly


원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탓에 R.Kelly의 유산을 콕 집어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가 처음 시작했던 것들은 어느 덧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유행이 되거나, 혹은 온갖 추문과 송사에 휘말리는 동안 셀레브리티의 괴벽으로 전락해버렸다. 유독 적나라하고 과감했던 그의 가사나, Trapped In the Closet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알앤비 오페라'에 대한 욕망이 그 마지막 예에 속할 것이다. 사실 알켈리만큼 꾸준하게 줄거리가 담긴 노래를 만드려 애쓴 사람도 잘 없을텐데.

그러니만치 R.Kelly를 음악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디스코그라피조차 [I Believe I can Fly]부터 [I'm a Flirt]를 넘나드는 그인만큼, 대개는 유명한 곡을 몇개 논하는 데에서 그칠 뿐이다. 적어도 듣다보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넓고 깊은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테니까. 내게는 이 곡이 그런 종류다. 아직도 종종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나 "원곡"과 비교해보면 더욱.




Keyshia Cole- I Should've Cheated



'Love'의 그 으아이으아이아이아 는 정말 어떻게 낼 수 있는 소리인가 궁금했지. 아마 Keyshia Cole도 우연히 터득한 게 아닐까. 연습실에서, 혹은 자신의 방에서 소리를 내보다가. 으아이아으아이아. 아무튼 Keyshia Cole의 첫 앨범은 정말 모든 곡이 좋았다. 이후 앨범들은 별로였나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이후에는 좀더 '힙합 소울'의 색이 짙어졌달까. 힙합에 볼드체가 들어간 힙합 소울 말이다. 그것도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었지만 (게다가 그린 랜턴과의 믹스테입으로 데뷔했다는 걸 생각해보자- 그녀는 애초에 베이스가 힙합이었다), 나는 느릿 느릿한 템포 위에서 소리 하나 하나에 결을 살려 부르던 그 모습이 더 좋았는데. 과장이라고? R-a-i-n-y d-a-y-s를 끊어서 부를 때 꼭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으아이아이아으아이아


Chrisette Michele- What You Do.



누구지? 백예림? 아무튼 노래를 잘한다는 어떤 한국 소녀 가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그녀가 커버한 노래를 듣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던데. 그게 Chrisette Michele 이었다고. 문득 Epiphany 앨범이 듣고 싶어졌다.

Keyshia Cole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 팝 알앤비..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참 듣기 좋다. 오래된 소울들과는 또 다른 매력. 그렇다고 90년대 '중창단'의 한없이 끈적거리는 느낌과는 또 다르게, 적당히 둔탁한 비트와 감겨드는 듯한 목소리. Cole의 데뷔 앨범과 Michele의 [Epiphany]는 정말 잘 만든 앨범들이라 생각한다. 아마 소위 '흑인 음악'의 범주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몇년 지나지 않아 이제는 찾아보기도 은근히 힘든 스타일이 되었지만.


Friday, March 7, 2014

B2K- Girlfriend


B2K노래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개 느린 템포의 알앤비 곡들인데 이건 정말 거부할 수 없다. 알 켈리의 프로듀싱. 론 아이즐리와 윌 스미스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나름 깨알 같은 재미. 론 아이즐리는 당시 알 켈리와 함께 알앤비 막장 드라마를 쓰면서 재미를 보았는데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막장 드라마 속 캐릭터인 Mr. Big 으로 등장했다.


 뭐 아무튼 간에 정말 B2K 곡 중에서는 물론이고 알 켈리가 작업한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곡. 심지어 Lil Fizz의 랩도 제법 괜찮은 것 같아....!




비슷한 스타일로 이 노래도 제법 괜찮다.

Kylie Dean- Make Me a Song



"What you hear is not a test"

아닌 게 아니라 노래 제목이 "노래 만들어 줘" 라니. 게다가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과정을 묘사한 가사도 피상적이고, 이따금씩 팀발랜드 찬양조로 빠지기까지 하는 지라 이걸 정말 팔아먹으려고 내놓은 건지, 테스트 용으로 내놓은 건지가 궁금할 지경. 결국 이 노래는 어떻게 싱글로 나왔건만 앨범은 엎어져서 부틀렉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카일리 딘은 이 외에도 앨범을 하나 더 녹음하지만 마찬가지 운명을 맞고 말았다. 앞에서 '레이블에 사인되었지만 앨범 한 장 못내본 음악인' 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비트들이 이 시기의 팀발랜드 음악치고는 죄다 심심한데, 얼마 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떠올랐던 앨범이 이것이었다..... 그냥 무난 무난한 팀발랜드 비트들의 모음들, 하면 이 앨범이 생각난다.


그리고 Make Me a Song보다는 이 노래가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My Name Is Jhene


요즘 잘 나가는 그녀의 시작.

한국에도 아마 '원조 빅뱅' 정도로 잘 알려져 있을 B2K와 연계되어서 데뷔했다. Lil Fizz의 사촌으로 스스로를 소개하곤 했는데 실제로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친한 사이일 뿐 혈연 관계는 없다고.

1년에도 얼마나 많은 음악인들이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앨범 한 장 못 내본 채 사라지는지. Jhene Aiko도 그렇게 될 뻔 했으나 (아래에서 언급되는 '11월 즈음 나올 앨범'은 결국 발매되지 않았고, 그녀 역시 레이블을 떠났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오늘 날 다시 무대 위에 섰다.

Thursday, March 6, 2014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이고
우리의 재는 바다 위의 비행기에서 흩뿌려지겠지
그러나 우리는 지금 어리기에
태양 아래에 누워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세려고 하네"

What a beautiful face
I have found in this place
That is circling all round the sun
What a beautiful dream
That could flash on the screen
In a blink of an eye and be gone from me
Soft and sweet
Let me hold it close and keep it here with me

And one day we will die
And our ashes will fly from the aeroplane over the sea
But for now we are young
Let us lay in the sun
And count every beautiful thing we can see
Love to be
In the arms of all I'm keeping here with me

What a curious life we have found here tonight
There is music that sounds from the street
There are lights in the clouds
Anna's ghost all around
Hear her voice as it's rolling and ringing through me
Soft and sweet
How the notes all bend and reach above the trees

Now how I remember you
How I would push my fingers through
Your mouth to make those muscles move
That made your voice so smooth and sweet
And now we keep where we don't know
All secrets sleep in winter clothes
With one you loved so long ago
Now we don't even know his name

What a beautiful face
I have found in this place
That is circling all round the sun
And when we meet on a cloud
I'll be laughing out loud
I'll be laughing with everyone I see
Can't believe how strange it is to be anything at all

The King Of Carrot Flowers




When you were young
You were the king of carrot flowers
And how you built a tower tumbling through the trees
In holy rattlesnakes that fell all around your feet

And your mom would stick a fork right into daddy's shoulder
And dad would throw the garbage all across the floor
As we would lay and learn what each other's bodies were for

And this is the room
one afternoon I knew I could love you
And from above you how I sank into your soul
Into that secret place where no one dares to go

And your mom would drink until she was no longer speaking
And dad would dream of all the different ways to die
Each one a little more than he could dare to try


네가 어렸을 때 
너는 당근 꽃들의 왕이었고 
숲 속에 다 쓰러져가는 탑을 지으면 
신성한 방울뱀들이 네 발 밑을 기어다녔지 

네 엄마는 포크로 아빠의 어깨를 찔렀고 
아빠가 던진 쓰레기로 바닥은 엉망이 되었지 
그때 우리는 누워서 서로의 몸에 대해 공부하곤 했네. 

그리고 이 방에서 나는 
어느 날 오후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저 위로부터 나는 어떻게 네 영혼 속으로 침잠했던가. 
그 곳은 아무도 감히 가보지 못한 비밀의 장소였네. 

네 엄마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술을 마셨지 
아빠는 온갖 죽는 방법에 대해 꿈을 꾸었고 
그것들은 모두 그가 시도하기에는 조금 위험했었네. 

Tuesday, March 4, 2014

The Alan Parsons Project - Eye In the Sky


미친 듯이 좋다. 이 앨범 전체가 정말 듣기 좋음. 훌륭한 음악과 듣기 좋은 음악이 늘 같지는 않겠지만 후자를 만족시키는 음악이라면 항상 훌륭하지 않을까. "하늘 위에 떠있는 눈" 이라는 괴상한 소재와 그에 못지 않게 괴상한 앨범 커버 (호루스의 눈이 그려져있다) 때문에 드립 치기에도 종종 유용한 앨범.

Sunday, March 2, 2014

농구 천재, Lance Stephenson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를 "농구 천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반은 농담 삼아 그런 것이었지만, 나머지 반은-

랜스 스티븐슨. 1990년생. 인디애나 페이서스 소속의 가드. 장기는 발군의 순발력과 좋은 체격을 이용한 돌파. 단점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슈팅, 그리고

성질. 슛을 성공시키고 엉덩이를 야비하게 흔들어댄다거나 공을 상대 얼굴에 들이밀며 장난질을 칠 때 보면 그는 영략없는 정글의 중간 포식자- 이를테면 살쾡이- 같다. 하지만 48분이라는 시간은 순간적인 열정과 재기발랄함보다는 참을성과 인내를 요구한다. 패스를 한번 할 때도 정석을 따르기보다는 등 뒤로, 노-룩 패스를 던지기 좋아하는 랜스에게 그런 덕목을 찾아보긴 어렵다. 하긴 그에게 그러한 신중함이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다른 곳에 있었겠지. 랜스가 인디애나 페이서스에서 뛸 수 있었던 데에는 예상치 못한 일련의 사건들이 크게 개입했다. 고등학교 때만 해도 랜스의 앞날은 창창해보였다. 고교 최고의 선수였고, 대학에 들어가도 1년 뒤 프로 진출을 선언하는 일이 빈번한 미국 농구계였기에 랜스 역시 곧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NBA에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그는 성폭행 (sexual assault) 혐의로 기소된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평범한 성적. 1학년을 마치고 랜스는 프로 진출을 선언했고 드래프트되지만 끝자락에서 만족해야했다. 전문가들은 그의 터지기 쉬운 성질과 기소 이력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선수가 훨씬 더 높은 위치에서 드래프트가 되리라 예상했던 인디애나는 주저없이 랜스를 선택했다. 60명의 선수들 중 40위.

랜스가 농구 팬들의 관심을 새로이 끌게 된 것 역시 경기와는 그닥 무관한 사건을 통해서였다. 아니, 무관하지는 않다. 분명 그 사건은 경기장 안에서 일어났으니까.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마이애미 히트가 플레이오프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 전 해 마이애미 히트는 소위  '빅 3'를 결성하면서 화제가 되었으나 팀은 파이널 (결승전)에서 패배하면서 2위에 그쳤고, 때문에 히트는 물론 그 중심에 있던 르브론 제임스조차 체면이 말이 아니던 상태였다. 특히 르브론 제임스는 파이널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choker'(겁쟁이)라는 평판까지 얻게 되었다. 페이서스와의 경기에서 파울을 당한 르브론 제임스가 자유투를 던지려 할 때, 코트 바깥에 서있던 인디애나 선수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그 중에서 랜스 스티븐스가 유독 심했다. 그는 자신의 양 손을 목에 대고 조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목이 졸리다 (choke)는 단어를 비틀어서 르브론을 비웃은 것이다. 이 조롱은 곧 히트와 페이서스 사이의 갈등으로 번졌다. 경기 다음 날 히트의 최고참인 주완 하워드는 스티븐스에게 다가가서 그의 태도에 대해 훈계를 했다. 스티븐스는 해볼테면 해보라는 태도를 취했고 결국 페이서스 선수들이 달려와서 그 둘을 떼어놓아야했다. 그리고 다음 경기 중 히트의 선수 덱스터 핏맨은 스티븐스를 말 그대로 메다꽂았다. 그것을 우연히 발생한 일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티븐스는 복수를 당한 것이다.

당시 NBA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누군가가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저 선수는 누군데 저렇게 까부나요?" 누군가가 대답했다. "가비지 멤버예요. 자기나 잘할 것이지." 그리고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랜스는 그 플레이오프 이후 전혀 다른 선수로 거듭난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제너럴 매니저로서, 랜스의 드래프트와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던 래리 버드는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랜스는 재능 덩어리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 재능을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버드는 랜스의 스텝업을 '당연하게' 여긴 몇 안되는 내부인 중 하나였다.

이 시즌 랜스와 함께 새로운 스타로 등극한 또다른 선수가 페이서스에 있었다. 폴 조지였다. 폴 조지는 랜스에 비하면 훨씬 많은 기대를 받으며 데뷔했지만 (10픽) 다른 스타 선수들이 데뷔 전부터 받던 기대에 비하면 둘 다 언더독이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성향에 있어 전혀 달랐다. 랜스가 재능 덩어리였다면 폴 조지는 꾸준히 노력을 하는 타입이었고, 랜스가 특유의 투지와 재기로 수비를 뚫는 창 (Lance)같았다면 조지는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경기를 운영하는 존재였다.

박효신/ 박화요비- 바보


박효신의 데뷔 앨범에 실린 것으로 잘 알려진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