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n though I was somewhat successful
Being a player was becoming too stressful
But ever since the superwoman has come to my rescue
My winter's been wonderful, my summer's been special"
2000년대 힙합-알앤비로는 믹스를 몇개 만들 수도 있다. 가장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음악들. 특히 Fabolous의 사랑 노래들은 요즘처럼 괜시리 뭘 들어야할지 모르겠을 때, 새로운 음악을 들으려다가도 괜시리 귀찮아질 때 유독 좋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정점에 있는 'Trade It All' 시리즈.
"The type men go for/ the type I drive the Benz slow for/
the type I be beepin the horn, rollin down the windows for"
원체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온 탓에 R.Kelly의 유산을 콕 집어 말하기란 쉽지 않다. 그가 처음 시작했던 것들은 어느 덧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유행이 되거나, 혹은 온갖 추문과 송사에 휘말리는 동안 셀레브리티의 괴벽으로 전락해버렸다. 유독 적나라하고 과감했던 그의 가사나, Trapped In the Closet을 발표하면서 스스로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알앤비 오페라'에 대한 욕망이 그 마지막 예에 속할 것이다. 사실 알켈리만큼 꾸준하게 줄거리가 담긴 노래를 만드려 애쓴 사람도 잘 없을텐데.
그러니만치 R.Kelly를 음악적으로 이야기하는 일은 의외로 어렵다. 디스코그라피조차 [I Believe I can Fly]부터 [I'm a Flirt]를 넘나드는 그인만큼, 대개는 유명한 곡을 몇개 논하는 데에서 그칠 뿐이다. 적어도 듣다보면 그의 재능이 얼마나 넓고 깊은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어렴풋이나마 알게 될테니까. 내게는 이 곡이 그런 종류다. 아직도 종종 라디오에서 나오는 것을 들을 때마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나 "원곡"과 비교해보면 더욱.
'Love'의 그 으아이으아이아이아 는 정말 어떻게 낼 수 있는 소리인가 궁금했지. 아마 Keyshia Cole도 우연히 터득한 게 아닐까. 연습실에서, 혹은 자신의 방에서 소리를 내보다가. 으아이아으아이아. 아무튼 Keyshia Cole의 첫 앨범은 정말 모든 곡이 좋았다. 이후 앨범들은 별로였나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이후에는 좀더 '힙합 소울'의 색이 짙어졌달까. 힙합에 볼드체가 들어간 힙합 소울 말이다. 그것도 나름 시사하는 바가 있었지만 (게다가 그린 랜턴과의 믹스테입으로 데뷔했다는 걸 생각해보자- 그녀는 애초에 베이스가 힙합이었다), 나는 느릿 느릿한 템포 위에서 소리 하나 하나에 결을 살려 부르던 그 모습이 더 좋았는데. 과장이라고? R-a-i-n-y d-a-y-s를 끊어서 부를 때 꼭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으아이아이아으아이아
누구지? 백예림? 아무튼 노래를 잘한다는 어떤 한국 소녀 가수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그녀가 커버한 노래를 듣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던데. 그게 Chrisette Michele 이었다고. 문득 Epiphany 앨범이 듣고 싶어졌다.
Keyshia Cole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 팝 알앤비..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참 듣기 좋다. 오래된 소울들과는 또 다른 매력. 그렇다고 90년대 '중창단'의 한없이 끈적거리는 느낌과는 또 다르게, 적당히 둔탁한 비트와 감겨드는 듯한 목소리. Cole의 데뷔 앨범과 Michele의 [Epiphany]는 정말 잘 만든 앨범들이라 생각한다. 아마 소위 '흑인 음악'의 범주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몇년 지나지 않아 이제는 찾아보기도 은근히 힘든 스타일이 되었지만.
B2K노래 중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개 느린 템포의 알앤비 곡들인데 이건 정말 거부할 수 없다. 알 켈리의 프로듀싱. 론 아이즐리와 윌 스미스가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도 나름 깨알 같은 재미. 론 아이즐리는 당시 알 켈리와 함께 알앤비 막장 드라마를 쓰면서 재미를 보았는데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서도 그 막장 드라마 속 캐릭터인 Mr. Big 으로 등장했다.
뭐 아무튼 간에 정말 B2K 곡 중에서는 물론이고 알 켈리가 작업한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곡. 심지어 Lil Fizz의 랩도 제법 괜찮은 것 같아....!
아닌 게 아니라 노래 제목이 "노래 만들어 줘" 라니. 게다가 스튜디오에서의 작업 과정을 묘사한 가사도 피상적이고, 이따금씩 팀발랜드 찬양조로 빠지기까지 하는 지라 이걸 정말 팔아먹으려고 내놓은 건지, 테스트 용으로 내놓은 건지가 궁금할 지경. 결국 이 노래는 어떻게 싱글로 나왔건만 앨범은 엎어져서 부틀렉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카일리 딘은 이 외에도 앨범을 하나 더 녹음하지만 마찬가지 운명을 맞고 말았다. 앞에서 '레이블에 사인되었지만 앨범 한 장 못내본 음악인' 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그녀는 내가 생각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비트들이 이 시기의 팀발랜드 음악치고는 죄다 심심한데, 얼마 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새 앨범이 나왔을 때 떠올랐던 앨범이 이것이었다..... 그냥 무난 무난한 팀발랜드 비트들의 모음들, 하면 이 앨범이 생각난다.